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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11. 2023

반건조 생선을 사다니, 난 멋진 어른이야


내가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

1. 김치를 담글 줄 모른다. 


2. 가시오갈피가 어떻게 생긴 식물인지 모른다. 


3. 아직도 아침 10시가 넘도록 늦잠을 자는 날이 많으며 연초에 세운 계획을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1. 엄마한테 길 건널 때 차 조심하라고 잔소리하고, 건강검진 결과 들으러 간다고 할 때 엄마가 무서워할까 봐 따라가 준다. 


2. 전셋집 계약도 2번이나 했고 이사도 1번 했으며 차곡차곡 적금도 붓는다. 


3. 반건조 생선을 인터넷에서 멋지게 주문했다.






엄마랑 아빠는 아욱이랑 가시오갈피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다. 

너무 신기하다. 


물론 60대 이상이셔도 도시에서 생활하신 어른들은 모르실 수 있겠다만 여태껏 내가 만난 많은 어른들은 식물에 대해서 잘 안다. 


걸어 다니는 식물도감이라고 할 법하다. 


내가 아는 건 기껏해야 고사리, 시금치, 상추 따위인데... 


김치는 어떻게 담그는 걸까. 


고춧가루랑 다진 마늘이랑 액젓이랑 대충 넣고 버무리면 되는 건가. 


사과랑 배랑 양파도 갈아서 넣는 것 같던데. 


팔뚝 끝까지 올라오는 고무장갑을 끼고, 고무 다라이를 앞에 두고 김치를 담그는 엄마와 이모들을 보면 김장수비대가 따로 없다. 

가정 내 1년 치 김치를 책임지는 용사들이여! 






하지만 내가 어른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들도 있다.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이제 엄마 아빠가 나의 보호자라기보다는 내가 엄마 아빠의 보호자 노릇을 하는 경우가 점점 더 잦아진다. 


인터넷에서 나날이 발전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볼 때마다 캡처해서 교육시킨다. 


무조건 의심되는 것은 절대 열어보지도, 전화받지도 말라고. 언니랑 나에게 먼저 전화하라고. 


짐짓 점잖은 척을 하면서 부동산에 가서 집주인과 마주 앉아 전셋집 계약도 해냈다. 


게다가 반건조 생선까지 인터넷으로 주문하다니. 

나는 프로 어른이 다 되었다. 핫핫핫! 


생물보다 저장성도 좋고 꼬들하니 맛도 좋은 반건조 생선. 


이런 나 제법 멋있어요.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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