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다고 연애에 실패한 거 아닌데

더 나은 연애를 위한 MSG, 이별

by 김이로
있나요 사랑해본 적
영화처럼 첫눈에 반해본 적
전화기를 붙들고 밤새 본 적

있겠죠 사랑해본 적
기념일 때문에 가난해본 적
잘하고도 미안해 말해본 적

있겠죠 이별해본 적
사랑했던 만큼 미워해본 적
잊지도 못할 전화번호 지워본 적

아파도 계속 반복하죠
I can't stop love love love

에픽하이 - Love Love Love 가사 中


이미지 출처 : 멜론





신라 시대에도 선화공주를 짝사랑하던 서동이 서동요를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산돼지" 극작가 김우진과 "사의 찬미" 소프라노 윤심덕은 연애를 했다. (김우진이 윤심덕과 스캔들이 났을 때 유부남이었다는 윤리적 문제는 논외로 하기로 하자!) 전쟁통에도 아이는 태어난다고 하니, 연애와 사랑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연애는 여전히 핫한 이슈이다. 소위 '마담뚜'라고 불리던 소상공인(?) 중매쟁이는 '듀오', '가연'같은 이름을 단 거대한 대기업 조직으로 체계화되었다. 대학교 1학년이 되면 다들 캠퍼스 커플이라 하는 CC를 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요즘 대학생들이 모여있는 '에브리타임'이라는 어플에서는 셀프소개팅이 유행이다. 자신의 대략적인 신상,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 등을 간단히 적어 올린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작성자에게 쪽지를 보낸다. 둘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 만다. 오픈 채팅은 서로의 번호를 몰라도 이야기할 수 있고, 내 카톡 프로필과 별개로 1회용 프로필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익명성이 보장된다. 만약 오픈 채팅에서 대화의 티키타카가 잘 되면 둘은 번호를 교환하고 "찐 카카오톡"으로 넘어오고 직접 만남을 갖는다. 곧 연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드가 안 맞으면 둘의 인연은 오픈 채팅방과 함께 이내 폭파된다. 직장인들 역시 '블라인드'라는 어플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연애 상대를 찾는다.




어떤 방식으로 만나든 사람들은 연애를 한다. 그리고 헤어진다. 요즘 시대에 자주 쓰는 말은 아니지만 '현모양처'가 꿈인 내 친구 김하O는 매번 헤어질 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했다.


"남친이랑 헤어졌어. 이번 연애도 망했어."


과연 정말 그럴까? 헤어지면 연애에 실패한 것일까? 그럼 성공한 연애의 끝은 어딜까? 동거? 결혼? 백년해로?



5학년, 6학년 즈음이었나. 천장에 플라스틱 야광별을 붙여둔 작은방에 이불을 깔고 누우면 다리가 아파 잠이 안 올 때가 있었다. 특별히 많이 걷지도 않은 날인데 다리가 아팠다. 다음날 엄마에게 잠을 설쳤다고 말하면 그건 키가 크기 위해 그런 거라고, 성장통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 자라기 위해서는 아파야 하는구나.' 흔하고 뻔한 말이지만 이별도 마찬가지다. 너 왜 모임 가서 연락 안 되냐고 욕하고, 핸드폰 안 보여주는 건 뭔가 찔리는 거 아니냐면서 신경을 건드리고, 연애 초에 못 봤던 실망스러운 부분을 발견하고,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우리는 헤어진다. 내일 생각 안 하고 술을 들이 부운 다음 날, 변기통을 붙잡고 다신 술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우리는 생각한다. '다시는 연애 안 해. 당분간 진짜 아무도 안 만날 거야.' 당연히 이 모래성 같은 자기와의 약속을 지킨 사람은 거의 없다. 구멍 난 마음에는 다시 새 살이 차오르고, 생각지도 않던 순간에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와 꽃을 피운다.



만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이전 연애로부터 배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더 현명하게 싸우는 법을 배우거나, 아닌 것 같은 인연을 빨리 정리하는 눈이 생긴다든가, 이전에 만났던 상대가 싫어했던 나의 단점을 조금 더 고쳐본다든가. 상대방에게 더 맞출 수 있는 사람으로 발전하거나, 내가 바뀌지 않더라도 나에게 더 잘 맞는 사람을 고르는 기준을 설정할 힘이 생기거나. 심지어 위와 같은 정신적인 성숙이 아니더라도 어느 쪽이든 긍정적인 부분이 생긴다. 나 같은 경우는 이별한 후에 울고 불고 하다가 이대로는 일상생활이 안 될 것 같아 정신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갑자기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딴 적도 있다. 어이없지만 이렇게 이별은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분명 남긴다.



유튜버 '밉지 않은 관종 언니'이자 내 또래에게는 혼성그룹 샵 S#arp 보컬 익숙한 이지혜님 유튜브에서 그녀의 남편 문재완님은 말했다. 유튜브 콘텐츠에 아내의 전 남친 이야기들이 나올 때 괜찮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미지 출처 : 이지혜님 유튜브 <밉지않은 관종언니 >




"우리 와이프가 많은 이성들을 만났다, 우리 형님들을(문재완님은 이지혜님의 전남친들을 형님들이라 칭한다.) 만났다는 게 되게 좋은 거 아닌가요?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잖아요"



연애와 사랑의 관점에서 지금의 이지혜님을 만든 건 그전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경험이다. 열심히 연애하며 다치고 넘어지고 일어나서 지금의 그녀가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마음이 멋진 남편을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헤어져도 연애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자기 계발서에 오백 번쯤 나와서 지겨운 단어지만 이별도 '성장통'이다. 음식에 없어도 좋지만 있으면 더 맛있는 MSG처럼 더 나은 연애를 위한 MSG, 이별이 부릅니다. 난 너를 사랑해!





글제목 메인 배경화면 출처

Attribution and source for the main image

Heart vector created by rawpixel.com - www.freepik.com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남편의 '둥가둥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