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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an 03. 2023

9시 27분부터 12시 46분까지 숨 가쁜,

[09:27]



킹사이즈 침대와 TV 만으로 공간이 가득 찬 안방. 자기 전 일부러 반 뼘 살짝 걷어놓은 회갈색 암막커튼 사이로 구름 낀 햇빛. 알람이 울리기 전 잠에서 깨 휴대폰을 만지작. 어젯밤 사이 올라온 웹툰들을 몇 개 보다가 이내 알람이 울리면 화들짝.


깜깜한 밤 내내 몸의 온기를 가두고 있던 분홍색 복숭아 패턴 솜이불을 치우니 건조함이 서린 찬 공기가 옷을 뚫고 피부에 사악.




어제 먹다 남아 거실에서 딱딱하게 굳은 풀무원 시카고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45초 땡!



집을 나서면서 현관치에 챙겨둔 분리수거 쓰레기들을 한 손에. 연세황치즈크림빵 트레이는 플라스틱 통에 슉, 시카고 피자 박스는 종이 무더기에 착-


정거장 전에 지하철 확인. 아슬아슬하니 일단 달려! 17초쯤 지나면 방금 먹은 피자가 식도와 위장 사이 어디쯤에서 존재감 발산. 장이 꼬이는 느낌과 함께 달리기는 포기하고 종종걸음으로 태세 전환. 헉. 지하철은 어느새 두 정거장 전으로.



티머니 앱 교통카드로 개찰구 삑!


"당고개, 당고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휴, 다행. 늦지 않았어.


가슴이 여러 번 크게 부풀어 오르며 벅찬 숨을 가다듬자마자 다시 레이스 시작.


사당역 도착, 6-4 문 앞에 서 있다가 제일 먼저 내려서 누구보다 빠르게 계단 오르기!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뒤따라 오는 인파에 잡아먹혀 버릴지도 몰라.




에스컬레이터 공사 중인 8번 출구 옆 7번 출구 계단으로 한 칸 한 칸. 계단산 등반을 마치고부터는 이제 힘이 빠져 흐느적. 찐득이 바닥에 달라붙는 다리를 억지로 떼내 214m 직진 후 댄스 학원 입장.



"일찍 오셨네요."


늦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데 뭐가 날 서두르게 하는 건지. 수업이 끝난 후 학원을 나서는 것도 내가 일등. 늦게 나가면 코딱지만 한 엘리베이터 정원이 가득 차서 기다려야 하니까. 2층이면 모를까, 6층이라 계단도 부담이고!



다시 어플로 지하철 확인. 동작역 위치? 또다시 달린다. 2호선을 지나 4호선은 계단 한 세트 더! 다행히 열차보다 먼저 6-4 앞에 도착. 패딩 안 쪽으로 후끈해진 습기를 느끼면서 손으로는 주머니 핫팩 만지작. 오전 11시 50분, 널널한 좌석 중 하나를 골라 앉고 반대쪽 손으로 또다시 핫팩 주물럭. 깜빡 한 눈 팔면 내릴 역을 지나치니 한 정거장 전부터 미리 일어나서 문 앞 대기. 문 열리자마자 위로 올라가는 계단 짠! 이 것이 6-4 앞에 서있는 이유.



교통카드 삑-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면서 패딩 모자 휘릭. 추우니까 주머니에 손 넣고 종종. 미끄럽고 둥실한 패딩 어깨에서 자꾸만 에코백은 줄줄. 집으로 가는 길 산책 나온 슈나우저가 컹컹! 주인은 안 돼~ CU 어플에서 어제 처음 맛보고 눈알이 튀어나왔던 연세 황치즈 크림빵 재고 검색. 럭키! 한 개 있으니 또다시 달려서 편의점 골인. 카운터 바로 맞은편 냉장 빵 코너에서 집어 들고 삼성페이 하나카드로 계산. 안녕히 계세요! 입장부터 퇴장까지 7초 땡.



집에 오자마자 피부에 달라붙은 끈적한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샤워. 샤워하면서 거품 락스 변기에 칙칙, 머리에 린스 발라 놓고 구석구석 틈새 청소. 몸을 헹구고 찬 물로 돌려서 화장실 바닥 한 번 쏴아- 스퀴지로 바깥쪽에서 안 쪽으로 물기를 쮸압. 수채구멍 머리카락까지 깔끔하게 제거. 마무리로 불 끄고 습기가 빠져나가게 문은 활짝.


어느새 81%로 줄어든 휴대폰은 고속 충전기에 물려 놓고 하루 묵은 설거지 시작! 양은 적지만 굳은 치즈를 녹이느라 뜨거운 물을 솨아아. 카레 설거지에 살짝 물이 들어 버린 나무 소재 젓가락을 보고 잠깐 갸웃. 흐린 눈 하면서 씻어 두고 고무장갑 탈탈탈.


입었던 옷은 세탁기에 덩크슛, 숨 가쁜 오전은 뒤로 하고 마침내 의자에 앉아 황치즈 와아앙.


[12:46]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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