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유럽여행, D+8
어제 오후 비행기를 타고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와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를 탔다.
시내로 향하는 버스임에도 불구하고
나밖에 타지 않았다.
친절한 기사님과 라이트한 대화 주제인
날씨 이야기를 하며 버스는 출발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엄청 큰
스카치위스키 광고 보드를 보며 여기가
스코틀랜드임을 실감했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 앞에서 내리는
버스로 갈아탔다.
20분 정도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정거장에서 큰 캐리어와
묵직해 보이는 배낭과
터질 것 같은 사이드 백을 메고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방해물이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미안한 표정과 함께
짐을 가지고 이리저리 피해주었다.
버스정거장 뒤에 있는 펍에서는 20대로 보이는
현지인 여자들이 목청껏 떠들었고
큰소리로 떠드는 게 여기 문화인지 생각해 보았다.
점점 날이 어두워졌고, 바람은 쌩쌩 불었다.
런던보다 훨씬 추운 날씨에
영국 땅이 꽤 큼을 느꼈다.
정말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를 탔는데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만석이었다.
짐이 너무 많기에 앉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장애인석 옆에 남은 공간에 서있었다.
한 버스정거장에 정차할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는데 그만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정거장에 정차했는데
어떤 할머니가 내리면서 나에게 무슨 말을 했다.
발음이 뭉개져서 잘못 들었는데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Get out of my road!"
'내가 아는 뜻 말고 다른 뜻이 있었나...?'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버스에 탄 사람들은 눈동자만 굴러다녔다.
그저 빨리 숙소에 도착하고 싶었다.
숙소 앞 정거장에 내려 숙소로 향했다.
숙소 앞에서 사장님께 연락을 드리고
숙소에 도착했다.
지금 숙소에는 나와 다른 남자 한 분 밖에
없다고 하셨다.
다음 날에는 남자 손님이 퇴실하신다고 하시며
이틀 동안은 나밖에 손님이 없다고 하셨다.
그럴 만도 한 게 내일부터 비 소식이 있었다.
그것도 이틀 동안 하루 종일 내릴 예정이다.
친절한 부부 사장님께서 차려주신
정성 가득한 한상차림으로 배를 채웠다.
아침 7시는 조식 시간이다.
7시가 되어 대충 세수하고 눈을 부비적 거리며
조식 먹는 곳으로 향한다.
아침은 영국식으로 나온다.
토스트, 시리얼, 우유, 차, 살구잼, 딸기잼,
땅콩버터잼, 버터.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인터넷에서 찾은
에든버러 시내 하루 코스를 따라가본다.
숙소로 나와 시내로 향하는데 건물들
하나하나 낯설다.
중세도시에 들어온 것 같다는
식상한 멘트가 세상 실감이 난다.
에든버러에 조앤 K. 롤링이
초기에 해리포터를 작성했던
카페 "The Elephant House"에 가본다.
런던, 에든버러를 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리포터를 좋아하는지
물어봤었다.
하지만 나는 해리포터 1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럼 왜 런던, 런던은 그렇다 치고
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까지 가는지 물어본다.
나는 인터넷에서 본 피크닉하고 있는 푸릇한
사진 한 장 때문에 왔다고는 말 못 한다.
너무 생각 없이 에든버러로 온 것을 깨닫는다.
여기까지 왔으니,
"The Elephant House"가 유명하다니 가본다.
카페 앞에 도착했는데, 장소가 이전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보인다.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화재 사고가 있었다고 뜬다.
"A 2minute walk away"라는 말만 믿고
안내 문구에 적힌 곳으로 향한다.
조앤 K. 롤링이 작업한 곳은 아니지만
나름 분위기가 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본다.
나는 직원이 와주길 기다렸지만 올 기미가 도무지
없자 빨리빨리한국인답게 직접 카운터로 향한다.
직원은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로 가겠다고 한다.
Caffe Latte Large size와
Victoria Sponge Cake를 시킨다.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며 수첩에
나의 런던을 기록한다.
비 오는 에든버러 거리를 내려다본다.
잠시 여유를 즐기다가 계산을 하고
에든버러 성에 간다.
프린스 스트리트 가든을 거닌다.
정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너무 한적하다.
그럼에도 나름대로의 여유를 느낀다.
그리고 평소에 보지 못한 낯선 풍경을
카메라로 쉴 새 없이 찍는다.
낯선 동네의 불편함보다
낯선 풍경의 멋짐이 더 크다.
로열 마일을 지나 에든버러 성으로 가는
오르막길 시작점에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든 연주자가 자리를 잡고
연주를 시작한다.
한쪽 발로 박자를 세는 게 귀엽다.
비가 많이 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춰 연주를 감상한다.
나는 한참 감상하다 그의 악기함에
감사한 마음을 넣는다.
"Thanks, cheers!"
네? 치어스? 잘못 들었나?
에든버러 여행 전 찾아본 정보 증에
"Cheers"가 Thank you나 Good bye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기억난다.
실제로 들으니 꽤나 재미있다.
에든버러 성으로 올라간다.
관광지답게 기념품샵이 즐비한다.
성 앞에 도착했는데 경비원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무슨 영문인 줄도 모르고 사람들은 성을 쳐다보다
내려갔고 나도 그들 뒤를 따른다.
애비힐을 지나 스콧 기념비까지 다 보았다.
어떡하지? 벌써 거의 다 본 것 같아...
아직 이틀 더 남았는데...
2024.03.14.T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