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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thereming Aug 08. 2024

Good bye, LONDON

40일 유럽여행, D+7

런던과 이별하는 아침이다.

D도 나도 오늘 런던을 떠난다.

그녀는 헬싱키로 갈 예정이다.

오후 출발 비행기라 아직 시간이 여유롭다.

그녀는 휴대폰으로 이리저리 검색하다

예전에 갔던 미술관에 한 번 더 간다고 한다.

미술학도였던 그녀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갔었다.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오랜 시간 동안 미술관에 있었네? 많이 봤어?”

“응, 다 봤어“

솔직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그 많은 작품을 다 본 그녀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런 그녀는 마지막까지 알차게

작품을 보러 미술관으로 향한다.

나는 그녀의 등을 손으로 토닥이며 배웅을 해준다.

“연락하고 지내자”, “한국에서 꼭 보자”라는

말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지킬 수 있는

솔직한 말로 마음을 표현한다.

웃으며 인사한다.

나도 나갈 준비를 한다.

큰 창문을 위로 연다.

레이스 커튼이 살랑거린다.

창밖을 보며 맞은편 건물에 있는 사람을 지켜본다.

처음으로 일정 없는 여유로움을 느낀다.

숙소에 혼자 남아 빵과 우유를 마시며.

런던 아침

그리고 버릴 옷가지들을 챙긴다.

여행 전 짐을 쌀 때 최대한 버릴 옷을 챙겼다.

막상 버리려니 옷과 함께 해온 추억이 생각난다.

내가 17살 때부터 입었던 것 다홍색 스웨터,

맨날 옷에 묻히고 흘려 잘 입지 않았던 흰색 바지,

큰맘 먹고산 신발.

생각해 보니 세븐 시스터즈 갔던 날 입은 옷들이다.

스웨터는 가죽자켓 안에 입어 말짱했지만

바지와 신발은 진흙이 잔뜩 묻어 못쓰게 생겼다.

사실 스웨터는 이미 보풀이 많고 줄어들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 오랜데

내가 연명치료를 하며

겨우 목숨을 붙이고 있는지 오래였다.

나는 큰맘 먹고 그들을 보내주기로 한다.

캐리어, 백팩, 크로스백을 매고 숙소를 나선다.

숙소를 나와 숙소 앞 큰 쓰레기통에 옷들을 버린다.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여기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보기가 어렵다.

나는 억척스럽게 짐을 이리저리 들춰 메고,

들춰 업고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간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았다.

런던 아침 지하철역은

서울 지하철(서울이 더 하지만) 못지않게

사람이 많았다.

다들 바빠 보였다.

바쁜 와중에도 이삿짐 보따리를 씩씩하게

옮기는 억척스러운 나를 쳐다보며 지나간다.

개의치 않는다.

나는 내 무거운 짐 때문에 빨리 공항에

도착하고 싶을 뿐이다.

※ 런던 지하철 스크린샷 필수!


한 번의 환승을 하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다.

무사히, 다행히 캐리어 무게도 세이프.

시간이 조금 남아 공항에 있는

기념품샵에서 키링과 뱃지를 산다.

포토벨로 기념품샵에서 살걸.

쪼꼬만게 드럽게 비싸다.

그리고 마침 책도 판매한다.

한국에서 짐이 될까 봐 책을 하나도

들고 오지 않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계속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Midnight Library"라는 책,

아니 짐을 샀다.

프렛에 가서 음료 하나를 시키고 책을 본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러 간다.

게이트 오픈 전 승무원의 안내방송 멘트를

귀 기울여 듣는다.

사람들이 줄을 선다.

에든버러행 비행기에 탄다.

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그러니까 영국의 북쪽 지역으로 간다.

며칠 전에 처음 들어본 낯선 지역으로 향한다.


에든버러행 비행


2024.03.13.WED



런던에 도착한 날, 숙소에서 D와 S를 만났다.

S는 내일 아이슬란드로 떠난다고 했다.

S와 이야기를 나눴다.

S는 비행기에서 자신이 직접 뜨개질한

네잎클로버 키링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행운을

나누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이 키링이

어디에 있는지 찾았다.

하지만 찾아봐도 키링은 없었다.

'가방 어딘가에 있겠지'라는 마음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했는데 키링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사진첩을 보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속에서

열쇠에 달려있는 행운의 키링을 발견했다.

반가운 얼굴로 나의 기억은 런던을 떠나던

그날로 돌아갔다.

런던 숙소에 머무는 다음 여행객이

이 행운을 이어받기를...!


행운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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