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유럽여행, 시-작!
유독 기억에 남는 날들이 있다.
기억에 남는 기준은 특별함, 좋고 나쁨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비만 하루 종일 오는 날 본 런던 전경은 최악이었고,
노팅힐 포토벨로 속 햇살에 맞으며 빛을 내던
형형색색의 꽃들은 아름다웠다.
그칠 줄 모르는 비에 우울한 기분 때문인지,
비에 푹 젖은 운동화 때문인지
발걸음이 무거웠던 에든버러는 마지막 날에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파리는 비가 내렸지만
어느새 비가 그쳐 어두운 밤에 반짝이는 에펠탑을
선물해 주었다.
스위스는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스위스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늘 평화로웠다.
평온하고 편안했던 헝가리의 일주일은
나를 회복시켜주었다.
정신없던 로마의 달콤한 젤라또와
맛 좋은 에스프레소는 평생 잊지 못한다.
비행기 착륙 전 창문을 통해 바라본
니스의 바닷가는 니스 여행의 성공을
일찌감치 직감케 했다.
답답함에 아침부터 울었지만 뭇 청춘들을 만나며
언제 울었냐는 듯, 웃기 바빴던 바르셀로나는
나에게 젊음으로 기억된다.
하루 종일 맑고 평화로운 포르투,
그리고 오후의 노을은 온 하늘과 내 마음을
물들였다.
모든 나라, 모든 도시, 모든 날, 모든 순간이
기회와 새로움이었다.
준비할 틈도 없이 모든 순간은 나에게 경험을 주어
나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어떠한 여정도 내가 모르는 새에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