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피어난 작은 기적
지난봄, 마당 한쪽에 작은 화분을 사 오며 시작한 텃밭.
처음엔 상추와 깻잎 몇 포기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가지와 오이가 주렁주렁 맺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수확날이었다.
이슬 맺힌 상추를 따며 '우리 집 마당에서 키운 상추를 먹게 되다니' 싶어 가슴이 뭉클했다.
그날 저녁,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쌈밥 한 접시는 어떤 맛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맛있었다.
가지, 오이, 상추, 깻잎 등등 마당에는 여러 작물들이 자랐고, 수확해서 잘 먹었다.
마당에서 키운 채소는 못생겼지만 특별한 맛이 있었다.
마트에서 산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루꼴라와 바질까지 새로 심었는데 이사 가면 어쩌지? 걱정이다.
허브를 심은 건 새로운 시도였는데..
이사하면서 정든 마당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했다.
'새집에서도 잘 자랄까? 흙이 바뀌면 뿌리도 시들겠지.'
누구에 대한 것인지 모를 걱정이 이어졌다.
그러다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식물은 주인 맘을 닮는다.'
그 말이 잊히지 않아 매일 물을 주며 속삭였다.
"새집에서도 잘 자라자. 나도 힘들겠지만, 너랑 함께 적응해 보자."
루꼴라의 쌉싸름함과 바질의 향긋함이 새 공간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
이제는 텃밭을 '옮긴다'는 생각보다 '새 시작을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계절 따라 자라는 작물처럼, 나도 어디서든 잘 적응하고 싶다.
왜인지 아파트나 빌라로 이사를 가도 모순적인 남편의 '흙 만지는 삶' 역시 계속될 거 같으니.
비가 억수로 쏟아진 다음날, 망가진 화분에서 아직 덜 자란 당근과 무, 호박을 가져와 씻었다.
너무 못생겼는데, 너무 귀여워서 한컷 남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