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시집살이

by 달빛여우


할머니는 잘생긴 할아버지에게 첫눈에 반해 시집왔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이북에서 넘어온 다섯 형제는 형제간 사이가 유난히 돈독했다고 한다.


시어머니보다 큰 형님의 시집살이가 더 힘들었다고.


친정에서 고명딸로 태어나, 귀하게 자란 할머니였다.


매일같이 구박받고 무시당해도 할아버지 생각만 하면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이 참 애틋하면서도 가슴이 아렸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그 시절을 모르지만, 지금의 결혼생활과 비교하면 정말 딴 세상 이야기 같아 물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렇게 좋았어요?"

"그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할아버지에 대한 물음에 할머니 눈빛에 그리움이 드리웠다.


할아버지가 떠난 지 몇 년이 흘렀음에도, 할머니의 사랑은 여전한 것 같아 되물었다.


"뭐가요?"

"그 양반은, 나랑 애들밖에 몰랐어."


눈빛만으로도 위로되던 시절, 말보다 깊은 정이 오가던 시간들.


평생 자신만 바라봐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한 번도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았어. 내가 딸만 낳았는데도."


올곧게 변치 않는 사랑은, 고통의 시간을 이긴다는 걸 느낀다.


시집살이는 분명 고됐지만, 할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큰 힘이 되셨겠구나.


"좋은 사람이야."


할머니 입에서 나온 말은 단순한 과거의 추억이 아니었다.


그 시절,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된 두 분의 사랑을 듣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이 존경스럽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지금은 사랑을 계산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마음 하나로 백년해로 한 셈이니.


그 용기와 순수함이 내 마음을 적신다.


사랑, 희생, 인내의 무게를 이제 나도 조금은 알 것 같으니까.


할머니의 청춘을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하지만, 그 사랑이 지금의 가족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