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아빠를 닮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딱 한번 보고 결혼하셨다고 했다.
열일곱의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처음 본 순간 ‘이 남자다’ 싶었다고.
눈만 마주쳐도 심장이 두근거려 정신을 못 차렸다는 얘기에 우린 키득대곤 했다.
그런데 그때 찍은 사진 속 두 분을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갔다.
흑백사진 속에서도 할아버지는 훤칠했고, 할머니는 그런 남편을 맞아 행복하다는 듯 눈빛이 반짝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화를 내시거나, 인상을 쓰신 적이 없다.
오히려 할아버지가 외출하실 때면 감기에 걸릴까, 다칠까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으셨다.
오죽하면 내가 할아버지가 아직도 좋으시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딸부잣집 셋째 딸인 엄마는 유독 할아버지를 빼닮아서 비율이 좋고 예뻤다.
한 동네에 살던 아빠도 그런 엄마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결혼에 성공했다.
어떤 법칙처럼 아빠 역시 엄마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엄마가 하는 말에 토를 단적도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아빠를 닮았다.
'네 오빠는 엄마 닮아서 늘씬한데, 넌...'이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들었다.
남편 역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넌 누굴 닮아서 그렇게 못생겼냐'는 소리를 종종 하는 걸 보면 그게 확실하다.
그런데
"이 세상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눈엔 우리 딸이 제일 예뻐."
라던 아빠의 말을 믿어버렸다.
어리석게도.
저녁식사 후 배를 두드리며 야구를 보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식탁에 마주 앉은 나의 딸도.
미안해, 우리 딸.
엄마가 잘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