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다른 표현

by 달빛여우



할아버지의 입에서 ‘불고기’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할머니의 손은 바빠졌다.


잔칫날이나 귀한 손님이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고기 양념을 재우는 냄새가 집안에 퍼졌고, 그 냄새는 할아버지의 설렘이자 할머니의 자부심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오는 날이면 꼭 불고기를 재촉하셨는데, 그건 단순한 음식 주문이 아니라 ‘네가 왔으니 오늘만큼은 특별한 날’이라는 뜻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할아버지의 그 말은 ‘너를 사랑한다’는 다른 표현이었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분이셨지만, 양념에 재운 고기 한 점을 내 접시에 올려주며 ‘오늘 네가 와서 기쁘다’는 마음을 전하셨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그저 웃으셨지만, 얼굴엔 흐뭇함이 배어 있었다.


이제 할아버지는 곁에 안 계시지만, 불고기 냄새는 여전히 추억의 문을 연다.


고기를 양념에 재울 때마다 할머니의 손길이 떠오르고, 그 안에 스며든 할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


할아버지께도 내가 만든 불고기를 대접하고 싶지만, 그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내어준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니, 할아버지도 이해해 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