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대문을 지날 때마다 눈에 밟히는 게 있었다.
문 옆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나무 의자가 늘 의문스러웠다.
‘대체 여기는 왜 의자를 둔 걸까?’ 궁금증이 쌓이던 어느 날이었다.
대문이 반쯤 열려 있는 걸 보고 무심코 문을 밀었다.
그러자 대문 뒤에서 할머니가 허리를 구부린 채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할머니, 여기서 뭐 하세요?”
“응, 바깥 구경.”
할머니의 대답은 간결했지만, 그 의자가 ‘문턱 너머의 창문’ 임을 깨달았다.
뇌졸중으로 허리를 못 펴시고, 할아버지를 잃은 뒤 발걸음마저 멈춘 분이 선택한 유일한 탈출구였다.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웃의 인사, 계절에 따라 변하는 하늘빛을 그 작은 틈새에서 고스란히 받아들이셨다.
그때 나는 할머니의 의자에서 ‘다른 시선’을 배웠다.
문턱에 놓인 의자 하나로도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그 의자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한계를 넘어서는 삶의 지혜였다.
그날 이후, 나는 할머니를 마주할 때마다 물었다.
“오늘도 바깥 구경 하셨어요?”
“응.”
그 대답에 나는 오늘 할머니의 컨디션이 좋았구나, 미루어 짐작했다.
할머니가 나들이를 다녀오셨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