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여정

네 번째. 종착점

by 달빛여우

그땐 몰랐다.


엄마의 빈자리를 메울 곳이 거기일 줄은.


이곳에 온 게 몇 년 만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손때가 묻은 한옥 대문에 손을 올렸을 때, ‘여기가 네 집이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당에 들어서자 세입자 부부는 반갑게 맞아 주었고, 그들이 키우는 개 두 마리가 햇살 아래 뛰어놀고 있었다.


"여기서, 참 좋았어요."

"저도요."


서로를 마주 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뭐가?


나한테는 이 집이 특별할 수 있었다.


엄마는 물론 가족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추억이 살아있는 공간이었으니까.


이곳이 아무리 낡고 허름한 한옥이어도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니지 않나?


그땐 리모델링도 하기 전이라 그야말로 낡고 초라한 한옥일 뿐인데, 뭐가 좋았다는 거지?



그래서였다.


세입자가 이사 가고 난 뒤, 집을 비워둔 것은.


서둘러 새 입주자를 찾기보다는 잠시 숨을 고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새도 없이 일이 터졌다.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와도 되냐는 연락이 온 것이다.


비워둔 한옥집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우리 집은 더 이상 나의 안식처가 아니었다.


집안 곳곳에 스민 엄마의 투병생활에 대한 기억이 너무 아파서 숨을 쉬기 어려웠다.


남편 역시 이사를 고려하던 터라 고민 끝에 집을 내놨었다.


몇 달간 연락한 번 없었는데, 타이밍 한번 기가 막혔다.


게다가 집을 보자마자 사겠다며 덜컥 계약을 하고 가다니.


몇 달간 보겠다던 사람 하나 없던 아파트가 순식간에 팔리자,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운명이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저기, 그 집으로 가는 건 어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조심스레 남편에게 의중을 물었다.


하지만


"싫어."


돌아온 남편의 대답은 단호한 거절이었다.


오래된 한옥의 불편함도, 집이 있는 동네도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강하게 피력했다.


처음엔 남편이 싫다는데 어쩌겠나 싶어 함께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


그런데 마음에 차는 집이 정말이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한옥집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찰 뿐이었다.


집을 비워줘야 할 날이 점점 다가오자 마음은 더 급해졌다.


그러다 마음을 굳히고 남편에게 말했다.


"거기가 아니면, 안 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