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여정

세 번째. 돌아갈 이유

by 달빛여우

'일 때문에 제주도로 가게 됐다.'는 세입자의 문자에 나는 멍해졌다.


엄마가 남겨주신 집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던 탓이다.


그 집은 아주 오래된 한옥으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사시던 나의 외갓집이었다.


근검절약의 대명사이던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세 딸에게 집을 한 채씩 남겨주셨다.


그중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외갓집을 엄마가 물려받았고, 엄마는 내게 그 집을 남기셨다.


'이 집을 너한테 줄 수 있어서 기쁘다.'며 환하게 웃던 엄마가 떠올랐다.


외가 근처에 사는 이모들과 달리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대전에서 터를 잡은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애틋했다.


종갓집 외며느리로 시부모님을 모셨고, 일 년에 열두 번이 넘는 제사를 혼자 준비했던 엄마였다.


명절이면 아침 일찍 제사를 지내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을 보러 가자며 아빠의 옆구리를 찌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전에서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올라왔을 딸과 사위 그리고 세 명의 손주들을 반기던 할아버지, 할머니.


그 집에서 각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였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었다.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자, 가만히 미소가 지어졌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꿋꿋이 집을 지키던 할머니가 거동을 아예 못하게 되시면서 막내이모가 할머니를 모셔갔고, 그 집엔 세입자가 들어왔다.


그러면서 몇 년 간 가보지 못했는데.


그동안 어떻게 변했으려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세입자에게 집을 방문해도 되냐고 물었고, 약속을 잡았다.


한국에 돌아갈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