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여정

첫번째, 엄마의 유언

by 달빛여우

내 나이 서른넷, 엄마가 난소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배에는 이미 복수가 차올라 임산부의 배를 보는 것만 같았다.


대학교 2학년 겨울,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빠는 어떤 치료도 해보지 못하고 3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아빠에게 받은 사랑의 십 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도 보답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나는 무너졌다.


너무나 허망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이러다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울고 또 울었다.


그랬기에 엄마만은 그렇게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병원에서 권유한 대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했고, 병세는 많이 호전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잠깐만 방심하면 복수가 차오르는 탓에 치료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두 아이를 키우며 병원과 집을 오가던 나는 처음과 달리 많이 지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병실에 들어서자, 침대에 누운 엄마의 창백한 얼굴이 들어왔다.


3년째 계속되는 항암치료 탓에 머리카락은 모두 빠지고, 피부는 종이처럼 얇아져 있었다.


엄마는 옆에 앉은 내 볼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딸, 얼굴이 상했네."


맙소사.


이런 상황에서조차 엄마 눈엔 내 얼굴만 보이는 건가.


난 울컥, 올라오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웃어 보였다.


"엄마는.. 오늘도 예쁘네."


힘겹게 내뱉은 한마디에 엄마는 희미하게 웃으셨다.


"사랑해, 엄마."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느껴서인지, 후에 이 말을 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는지.


잠시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응, 나도 사랑해. 영원히."


헉.


그 '영원히'라는 단어가 병실 공기를 가르며 내 심장을 후벼 팠다.


영원히... 영원히라니.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영원히'라는 단어가 생경하게 다가왔다.


이 세상에서 누가 나를 영원히 사랑해 줄 수 있을까.


남편? 아이들?


고개를 저었다.


그들조차 시간이 흐르면 잊을 것이다.


오직 엄마만이, 병들어 가는 몸으로도 '영원히'를 말했다.


조건도, 대가도 없이 그저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받았던.


게다가 앞으로도 영원할 사랑이라니.


처음부터 그걸 갚겠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내 오만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엄마 옆에서 고생 많았어, 우리 딸."


엄마는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이어지는 엄마의 말에도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3년째 이어지는 항암치료.


점점 망가져가는 몸과 희미해지는 의식, 모든 것이 '영원'과 반대되는 현실임을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것은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도 '엄마가 언제나 곁에 있다고 생각해.'라는 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엄마의 말에 난 그것을 확신했다.


"집에 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