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자
"시끄러워 죽겠네. 창문 좀 닫아."
골목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던 저녁이었다.
"여기서 더는 못 살겠다. 우리 이사 가자."
요즘 들어 유독 예민하게 굴던 남편이 폭탄 발언을 던졌다.
한옥 생활이 늘 좋았던 건 아니지만, 이 정도 소음에 이사라니, 황당한 마음이 앞섰다.
뭔가 반론을 제기하려는데,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도저히 그냥 넘기기 어려운 괴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십 년 전,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던 내 표정과 흡사했다.
남편이 집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스트레스받는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이사까지 고려할 만큼 심각한 줄은 몰랐다.
어쨌든 저렇게 싫다니, 이사를 하긴 해야겠다 싶었으나 막상 떠나려니 막막함이 밀려왔다.
층간소음 없고, 마당이 주는 만족감을 채울 수 있는 집을 또 찾을 수 있을까?
"그래. 일단 알겠어. 내일 부동산에 가볼게."
고민 끝에 내놓은 대답이었다.
"파는 것도 생각해 봐."
바로 따라오는 남편의 말이 쿡, 하고 심장을 찔렀다.
"뭐?"
"이 집에 전세로 들어오려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의 입에서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시처럼 뾰죡하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마당 있는 한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내 대답에,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며 비웃었다
"요즘에 누가 한옥에 살고 싶어 하냐?"
그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혔다.
이 집을 거부하는 게 마치 나를, 내 엄마를, 우리 가족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은 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사시던 외갓집이었고 나와 우리 가족의 추억이 그득한 공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