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보름달에 빈 소원

by 달빛여우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이웃집 지붕 너머로 조각난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비가 갠 뒤 맑게 갠 가을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푸르다.


그 위로 스치는 구름과 바람이


지붕의 기와를 스쳐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잔잔한 울림은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서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장맛비처럼 내리던 비가 그치고 잠시 얼굴을 내민 보름달을 보며 두 손 모아 빌었다.

'우리 가족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는 집을 찾게 해 주세요.'


단순한 기도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불안이 사라졌다.


한옥은 시간을 품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더 넓고, 바람은 더 은은하며, 햇살은 더 따스하다.


마루에 앉아 바람을 맞이하는 느낌,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우면 들려오는 빗소리, 창호지 사이로 스며드는 은은한 빛..


한옥에 살면서 나는 위로받았다.


그런 공간에서의 삶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직 우리의 새집을 찾지 못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이웃집 지붕과 하늘의 조화가 위안이 되었다.


때론 지붕 위에 내려앉은 참새 소리가 하루의 피로를 녹여준다.


이 작은 풍경이 주는 평화로움을 간직하며, 우리 가족이 뿌리내릴 새 보금자리를 꿈꾸고


창가에 앉아 지붕 너머로 사라지는 구름을 보며, 나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