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남긴 것은

마침표

by 달빛여우


한옥에서 쌓은 추억과 기억들을 기록하면서 나는 지난 시간들을 하나씩 들추었다.


어떤 기억은 정면으로 마주치기가 조금 두렵고 떨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서까래에 매달린 먼지처럼 희미하던 기억들이 숨을 쉬듯 문장을 따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마루로 스며들던 봄빛, 집안 가득 펼쳐진 아이들의 웃음소리, 긴 겨울밤 마당에서 올려다본 별빛….


아픔으로 얼룩졌던 순간들이 떠올라 울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약 덕분인지 이제는 그 상처 부위가 부드러운 수채화처럼 번져있었다.


기록하며 비로소 깨달은 건, 모든 시간이 나를 키운 뿌리였다는 사실이다.


엄마가 내게 남긴 것은


그저 '집'이 아니라 엄마의 '품'이었다는 것을.


홀로 서지 못했던 나의 '내면아이'를 품어주던 곳.


마당을 밟을 때마다 이곳이 나의 터전임을 느끼며 살았다.


이곳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하루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었다.


이제는 그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것을.


이 공간이 나와 같은 온기를 가진 이에게 안길 수 있기를 바란다.


나보다 더 이 공간을 사랑할 이가 찾아오길.


그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더 따뜻한 이야기로 채워나갈 수 있기를.


나의 새로운 집은 그저 작은 창가에 비치는 햇살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새벽까지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며 눈물이 떨어졌다.


떠나야 보이는 것들, 잃어야 알게 되는 소중함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집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내 성장의 기록이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추억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도록,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


한옥의 추억은 이제 종이 위에 고이 접어 넣어두고, 빈 손으로 새 문을 두드리려 한다.


십 년을 기록하면서 잠시 마주친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이제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용기를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