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매일같이 대학병원 암병동 복도를 걷던 그 시절,
암병동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곤 했다.
그곳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때문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가 않아 꽤나 애를 먹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커피였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도 나는 커피 한 잔을 제대로 마셔본 적이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이 쉬이 들지 않아서.
하지만, 속이 울렁거려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으니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커피 향이라도 맡으면 이 냄새를 지울 수 있을까,
반쯤 포기하는 심정으로 마시지도 못하던 커피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마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병동의 냄새가 익숙해질 때까지 커피 향을 맡거나 입 안에 머금고 있으니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뜨거운 커피 한 잔은 생존을 위한 의식과도 같았다.
시간이 흘러, 이제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진심으로.
약한 위장과 수면의 질을 고려해 하루 한잔뿐이지만, 그래서 더 귀하다.
게다가 집 근처 커피 맛집이 있으니,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커피를 내주시던 사장님이 물었다.
"많이 바쁘신가 봐요?"
음?
"네? 왜요?"
순간 당황한 나는 오히려 되물었다.
"항상 테이크아웃만 하셔서."
아하.
그제야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단골손님이 된 지도 꽤 되었는데,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 한 잔 마시지 않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그런데 나 역시 궁금해졌다.
아이들은 학교로, 남편은 회사로 출근한 이 시간에 살림하는 주부가 바쁠 일이 뭐 있을까.
집에는 또 뭐 대단한 게 있다고 기어이 테이크아웃 해달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머금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한옥집 거실 풍경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예스럽고, 뜨거운 커피 첫 모금의 쓴맛과 어우러져 특별한 순간을 만든다는 것을.
또 내가 그 순간을 좋아한다는 것도.
병원에서의 커피는 ‘버티기’였다면, 지금의 커피는 ‘살아있음’을 온전히 누리는 의식이었다.
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커피.
나무 향기와 어우러진 커피 한 잔은, 나를 꽤나 기쁘게 한다는 것을.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진하게 느끼고
향기로 기억하며
마음 깊이 담아두는 존재가 되어버린 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