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살면서

모순덩어리

by 달빛여우



마당 한편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남편을 볼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난다.


한옥은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정작 마당엔 화분만 잔뜩 키워놓고.


"가지가 예술이야."라며 신이 나서 설명하는 꼴이라니.


한옥을 귀찮아하던 그 손이, 화분 물 주고 가지치기하는 데는 왜 그렇게 열심인지.


화분 수가 늘어날수록 "한옥은 싫지만 이 마당은 좋다."던 사람.


모순덩어리 같은 모습에 혀를 차다가도, 그 뒷모습이 왜 이리 웃기고 귀여운지.


한옥 지붕 아래 앉아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은, "싫다."는 말 뒤에 숨은 애정을 보여주곤 한다.


어제도 새로 산 화분을 자랑하며 "마당이 없었다면 이런 경험은 못해봤을 거야."라고 말하는 남편이다.


"그럼 이사 가지 말고 눌러앉을까?"라고 내가 놀리자,


"그건 다른 얘기지."라며 반박하는 모습이 또 웃겼다.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모순으로 흘러가는 건가.


싫다면서도 정드는 것들,


투덜대면서도 놓지 못하는 것들.


남편의 화분 키우기가 그런 거겠지.


때론, 이런 어이없음이 일상에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렇게 싫다는 한옥집 마당에서 열심히 화분을 키우는 남편님,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모순적으로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