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살면서

조용한 위로

by 달빛여우



엄마가 돌아가신 후, 세상은 순식간에 무채색으로 변했다.


하루 종일 집 안에만 머물렀고, 문밖의 세상은 흐릿한 배경처럼 느껴졌다.


그런 나를 유일하게 받아준 건 영화였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일상이 흐르는 작품들을 주로 보았는데, 그중에서도 [허니와 클로버]는 특별한 존재였다.


아오이 유우가 연기한 주인공 '하구'는 순수하면서도 따뜻한 에너지로 화면을 채웠다.


그녀의 미소, 섬세한 손짓, 그림 그리는 모습이 특히 아름다웠다.


자연광이 스며드는 공간은 외로움을 잠시 잊게 했고, 지친 내 마음을 쓰담쓰담해 주었다.


그래서 한옥집에 영화 속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입히곤 한다.


창살엔 유리나 한지 대신 예쁜 천을, 빛이 스며드는 투명한 커튼으로..


아이들을 키우기에 똑같이 할 수는 없었지만 영화에 나온 일본식 목조주택의 분위기가 풍기기를 바랐다.




거실에 가만히 앉아 차를 마실 때면, 허니와 클로버에서 아오이 유우가 그림 그리는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흠.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방황하던 시간, 우연히 만난 영화 [허니와 클로버].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색감과 아오이 유우의 맑은 미소에 위로받았고, 담담히 그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난 이제 집 밖을 나서는 게 두렵지 않다.


아오이 유우의 미소처럼, 한옥집의 조용한 위안이 나를 지켜주었다.


이제는 영화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고, 그 감성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다.



아오이 유우에게 고마움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