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집

by 달빛여우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가 앉아있던 한옥을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ㄷ자 한옥이 너무 낯익어서.


지붕의 곡선과 기둥의 굵기, 그 시절 서울에 많았던 한옥의 외양이 우리 외갓집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외갓집에서 보냈던 기억들이 생생히 떠올라 반가운 마음에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리모델링 당시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한옥의 정체성을 유지할지, 현대적으로 바꿀 것인지'였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평생 기와지붕에 물이라도 샐까 염려하시던 것.


외출이라도 하려면 자물쇠를 걸어 잠그는 불편함을 떠올리자 선택이 쉬워졌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으니까.


결국 리모델링 방향은 내부는 전통의 틀을 살리되 외부는 생활 편의성을 더하는 것이었다.


'부분적 현대화'인 셈이다.


보기 좋은 집이 아니라 살기 좋은 집으로.


관리하기 쉽도록 말이다.


창문은 이중 유리로 교체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도록 했으며, 전통 창살 대신 간결한 무늬로 문틀을 제작했다.


변화된 집은 균형을 잡았다.


불편하게 열쇠를 쥐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된 집은 한옥의 정취와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을 품은 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이들은 따뜻한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나는 창가에 앉아 그 모습을 편안히 지켜보았다.


그 선택이 옳았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