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라는 신기루

illusions

by 김라온

작열하는 태양이 머리맡을 내리쬐는

사막의 한가운데서도

길 잃은 여행자의 지도가 되어주었다는

그 하늘의 무수한 별자리들처럼

그때의 나는 그렇게 너를 보고 정처 없이 걸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이제는 나는 답을 찾을 순 없지만


걷다 보니 내 길의 끝에는

항상 그렇게 네가 있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모래폭풍처럼 밀려오고

어떤 날은 어떤 기억들이

아련한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닿을 듯, 닿을 듯

결코 가까워지지 않는,

신기루 같았다.


그 길의 끝에서

나를 어서 오라 손짓하는

모래빛에 반사된 찬란한 너의 환영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다가설수록 사라졌고

손을 뻗을수록 멀어졌지.


마치 내 그리움의 열기로

너를 녹여 증발시키고 있는 것처럼.


애써 담담하려 했던 순간마다

마음 어딘가가 뻐근하게 저려왔고


나를 향해 오듯,

그러나 단 한 번도 닿지 않은 채

흐릿하게 일렁이던 너의 그림자 앞에서

나는 어느샌가, 나 자신을 놓아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계절이 지나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너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고


나는 그 빛에

소리 없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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