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s
작열하는 태양이 머리맡을 내리쬐는
사막의 한가운데서도
길 잃은 여행자의 지도가 되어주었다는
그 하늘의 무수한 별자리들처럼
그때의 나는 그렇게 너를 보고 정처 없이 걸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이제는 나는 답을 찾을 순 없지만
걷다 보니 내 길의 끝에는
항상 그렇게 네가 있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모래폭풍처럼 밀려오고
어떤 날은 어떤 기억들이
아련한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닿을 듯, 닿을 듯
결코 가까워지지 않는,
신기루 같았다.
그 길의 끝에서
나를 어서 오라 손짓하는
모래빛에 반사된 찬란한 너의 환영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다가설수록 사라졌고
손을 뻗을수록 멀어졌지.
마치 내 그리움의 열기로
너를 녹여 증발시키고 있는 것처럼.
애써 담담하려 했던 순간마다
마음 어딘가가 뻐근하게 저려왔고
나를 향해 오듯,
그러나 단 한 번도 닿지 않은 채
흐릿하게 일렁이던 너의 그림자 앞에서
나는 어느샌가, 나 자신을 놓아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계절이 지나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너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고
나는 그 빛에
소리 없이 타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