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룽지 같은 친구야

생의 마지막에서 나는 어떤 친구로 남을까

by 김라온
내 누룽지 같고 메리트 C 같은 내 친구 춘식아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돌아가시기 3개월 전,

나의 아빠는 중학교 1학년때부터 친구였던 50년 지기에게 마지막 통화로 고마웠다며 그동안 소회를 나누고서는 저 말을 하시고 펑펑 우셨다.


춘식이 아저씨는 아빠가 삶의 부침 속에 연락처도 바꾸고, 친구모임에 더 이상 안 나가도. 아빠를 그 어디서나 따라다니며 아빠의 삶을 응원해 주었고.


아빠가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도 “너는 낭만을 아는 멋진 놈이야.”하며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주었으며.


마지막 가는 길에도 아빠에게 제일 먼저 찾아와 아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배웅해 준 멋진 분이다.


그런 친구를 보내는 마음과. 두고 가야 하는 아빠가.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 오로지 누룽지로 연명하시고

고통 속에서 더는 어떤 치료법이 없어서

열이 오르면 비타민C를 털어 넣으시던 아빠가.


친구를 누룽지와 메리트 씨에 비유하면서

목놓아 우시던 그 마음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무슨 뜻인지 알 거 같아서


집에 아직도 1년이 지나도록

치우지 못한 누룽지 봉지를

끌어안고 울었다.


더불어 문득.

생의 마지막에 나는 어떤 친구로 불리게 될까 하여

나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도

아빠의 누룽지 같고 메리트 씨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하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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