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scene
당신이 나무꾼이 되고 싶다 하면
나는 대장장이가 되어 도끼를 갈았을 것이다.
만약에 엉뚱하게 내게 외계인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면
그런 당신을 온 세상이 비웃어도
나는 나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취업해 진지하게
어떻게 당신이 좋아하는 토성으로 보내줄까 연구했겠지.
그러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베어그릴스가 되고 싶다고 하면
생태학자가 되어 생존의 논문을 열심히 썼을 거고
그러다 또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하면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 입봉을 응원했을 것이다.
심지어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는 않고
누워만 있고 싶다고 해도
그 옆에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지루하지만 서로여서 무료하지 않은 시절을 견디겠지.
웃긴 거 참 좋아하는데 웃는 게 예쁜 너를
웃겨주는 것을 내 인생의 낙으로 삼으면서.
사랑이라던가 좋아한다는 거 그게 뭔지
난 아직도 어렵고 무섭고 두렵고 힘들지만.
굳이 누가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네가 꾸는 꿈이 무엇이든 그걸 믿고
이뤄지기를 응원하면서 견뎌주는 마음”같다.
온 마음을 다해 이뤄지기를 바라주는 마음.
나는 그게 사랑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