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라는 우주

by 김라온

타인은 또 다른 우주다.


따라서 내 세계에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의 차원과 내가 모르는 미지의 차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함께 서로를 탐험하는

그런 흥미진진하고 용감한 모험의 대서사시 아닐까.


때론 서로 안에서 자전과 공전 속에 엇갈리기도 하고

혜성이 충돌하듯 빛을 내며 파열음을 내고

오로라가 어둑진 땅거미 끝

간절한 소원 끝에 찾아오듯

찬란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펼쳐지기도 하겠지.


그러다가 소멸의 끝을 지나

우주의 먼지가 되어 유에서 무로 돌아갈 거야.


하지만 애초에 사라질 것이었으면

영원하지 못할 이 가느다란 인연이

무슨 가치가 있겠냐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겠다.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게 보내는 저 별빛은 수억광년 전의 기억을 머금고 지금 내게 도달하듯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네가 나를 잊어버리고

우리 중 하나가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 중 하나는

아주 오래전 서로의 우주 안에서 유영하며

살았던 시간을 현재에 간직한 채로

남은 평생이 따뜻할 것이다.


존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므로.

그것만으로도 모든 만남은 소중하며

스치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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