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명저 산책

소년에겐 너무 가혹했던 수레바퀴 <수레바퀴 아래서>

어차피 굴러가야 할 수레바퀴의 운명이라면, 소년 시절엔 좀 더 휴식을..

by Nos

INTRO (스포주의)


헤르만 헤세 하면 떠오르는 책은 <데미안>이고, 데미안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산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

이 구절을 알고 있었기에, 헤르만 헤세의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전에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책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은 누구나 그리워할 법한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애틋하게 담았지만, 기구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 소년 한스 기벤라트의 이야기.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책을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줄거리


소설 속 한스는 헤르만헤세의 유소년 시절을 담긴 인물로, 총명하면서도 성실하고 착한 소년입니다.

열심히 공부를 한 소년은 마을의 그 어떤 아이들도 시도하지도 못할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여 신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그 신학교에서 새로운 또래 아이들을 만나며 친구를 사귀고 학업도 열심히 하며 잘 지내는 듯 하지만, 운명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착하고 총명한 소년 한스는 이상하게도 점점 신학교에 적응이 점점 힘들어지게 됩니다. 수레바퀴처럼 흘러가는 신학교의 삶 속에서 괴로워하던 한스.

그 한스의 삶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게 되며 가혹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게 주요 줄거리입니다.



소설 속 문장들


그럼 됐어. 피곤하지 않도록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수레바퀴에 깔리고 말 테니까.


한스가 점점 성적이 떨어지자, 교장선생님이 한스를 불러 한 말입니다.

우리는 한없이 반복되는 일상적인 삶이 지치면 쳇바퀴 같은 삶이라고 하는 것처럼,

학업에 치우친 한스의 삶도 수레바퀴 같다는 것을 어른인 교장선생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 피곤을 잘 컨트롤하지 않으면 바퀴를 타는 게 아니라 깔려버리게 됨을 경고하지만 소년인 한스가 그 뜻을 알 수가 있을까요.

한스는 결국 그 수레바퀴에 깔려버리고 맙니다.


어째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위험한 소년 시절에 매일 그렇게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던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렸던가? 왜 라틴어 학교 시절 그를 친구들에게서 떨어뜨려놓았던가? 왜 낚시질이며 돌아다니며 노는 것을 금지했던가? 왜 심신을 갈가리 찢어놓을 뿐인 쓸데없는 공명심을 부추겨 공허하고 저속한 이상을 불어넣었던가? 왜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던가?


주변의 어른들이 총명한 소년의 학업에 대한 욕심을 잘 제어하고, 적절한 휴식도 취하게 적극적으로 도와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쉴틈없이 공부를 계속하던 한스는 친구 하일러를 사귄 영향도 컸지만, 지금까지의 학업 스트레스도 발단이 되어 공부를 점점 손에서 놓게 됩니다.

공부를 잘함으로써 얻는 주변의 사회적인 시선과 평판등은 분명 중독될만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그 쾌감을 위해 무리하게 된다면 사람은 어느 순간 무너지게 됩니다.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경험과 감성들을 놓치기도 하고요.

그것을 놓치고 나서, 세월이 흘러버리게 되면 울분과 후회 같은 악감정만 남게 되는 심정을 드러낸 문장이었습니다.


1.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잡이를 반대쪽으로 미는 동안에 갑자기 수줍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처녀의 몸뚱이가 저쪽에서 손잡이를 잡고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손잡이를 돌리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멈춰버렸다. 달콤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젊은 처녀가 대담하게도 그의 면전에서 웃음보를 터뜨리자 별안간 그녀가 다른 사람같이 다정스러워 보였다.

2. 온갖 것이 이상하게 달라져서 마음을 곱게 물들이는 것 같았다. 살찐 참새들이 요란하게 하늘을 날고 있었으나 그 하늘이 이토록 높고 푸르른 적이 없었다. 개울물이 이처럼 눈부시게 하얀 거품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


한스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묘사한 문장입니다.

유소년 시절의 감성과 그 애틋함을 서정적으로 잘 드러낸 문장이라, 읽을 때 저도 숨죽이며 읽었네요.

수레바퀴에 지친 한스에게 사랑의 순간이 찾아왔고, 그 사랑으로 세상이 잠깐 아름다워졌음을 묘사한 문장입니다. 지쳐버린 그에게 삶은 잿빛처럼 회색의 순간이었지만, 잠깐의 사랑이 찾아옴으로써 한스의 삶은 푸른 하늘처럼 청명하고 맑아집니다.


그러나, 소년 한스는 기구하게도 그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없었습니다.

'엠마'라고 불리는 그 소녀에게, 한스는 그저 잠깐의 유희였을 뿐이었거든요.

눈부시게 아름다워진 순간은 잠시 뿐이었고, 결국은 흐린 운명만이 한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ND


헤르만헤세의 소설들은 대부분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 자신의 유소년 시절을 담아서 창작한 소설이라, 감정묘사가 깊고 그 시절에 대한 약간의 애틋함과 그리움이 묻어 나오는 듯한 문장들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무거운 학업적 의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지쳐버린 끝에,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소년 한스의 이야기입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만큼 교육열이 높은 나라가 잘 없거니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항상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나라이니까요.


저는 학창 시절에 그런 수레바퀴를 벗어난 채, 저 자신만의 자유로움과 낭만을 즐겼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에 못을 박아버린 저는,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인해 편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 편입을 성공하기까지 군대를 포함하여 20대의 절반이라는 시간이 포함했고, 그 시간은 저에게 죽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레바퀴는 학생에겐 학업, 직장인에겐 업무로 묘사되는 일종의 의무입니다.

그 의무는 벗어나서도, 그렇다고 너무 짓눌려서도 안됩니다.

적절하게 조절하여 수레바퀴를 타되, 그 주변 풍경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느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죠.

우리나라의 모든 고등학생들은 수레바퀴에 깔린 채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으니까요.


현재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저도, 바쁜 시기가 찾아오면 수레바퀴가 너무 무거워져 허덕이곤 합니다. 여러 가혹한 경험과 짓눌림을 경험한 저도 이렇게 버티기 힘든데, 소년 한스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헤르만헤세는 수레바퀴를 벗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그 수레바퀴에 짓눌리지 않는 조절감이 중요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약간의 휴식도 허락하지 않은 채, 너무 학업과 업무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수레바퀴에 깔려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함을 경고하는 듯한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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