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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럼에도 아름답다 <삶을 견디는 기쁨> 후기

헤르만헤세의 서정적인 문장과 함께 읽는 그의 생각과 감정.

by Nos

INTRO


세계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헤르만헤세를 모르는 분은 잘 없겠지만 일반인 분들에겐 약간 생소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데미안>을 쓴 작가라고 한다면 조금 더 아는 분들이 생길 것이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구절을 들려드리면 대부분은 아실 테죠. 네, 바로 그 문장을 쓴 헤르만 헤세가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녹여낸 책이 <삶을 견디는 기쁨>입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자살 기도도 했고,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하기도 했으며 신경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꽤나 힘든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문장들이 더욱더 서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이기도 하고 격정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삶의 요소들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하여 지혜로운 내용을 남기기도 했으며 아름다운 문장과 시들을 적어내기도 했네요.


그 내용들 중 일부만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 속의 문장들


적당한 쾌락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삶이 주는 맛을 이중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기쁨을 간과하지 말라는 조언도 꼭 하고 싶다. 결국 내 말의 핵심은 '절제'이다.


과도한 쾌락은 사소하면서도 소박한 기쁨을 해치는 주범입니다.

우리가 배부르면 어떤 산해진미를 봐도 오히려 속이 안 좋은 것과 같은 이치이죠.

삶에서 선사하는 조그만 기쁨과 순간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절제'를 통해 그 소소함을 받아들일 공간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네요.


여기에서 내가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사람들, 자기가 쓰는 힘의 근원을 알고 그 위에 자신만의 고유한 법칙을 쌓아 올리는 것을 꼭 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말한다.


저는 예술가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흐르는 대로 삶을 살아가지 않고, 자신의 흐름의 원리를 파악하고 더 나은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만이 좀 더 성장할 수 있고 마지막에는 삶의 기쁨을 좀 더 충실히 맛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예술가들은 가끔이라도 하는 일 없이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는 생활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것은 새로 깨달은 것을 정확하게 해석하거나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숙성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꾸만 다시 자연스러운 것에 가까이 다가가고, 다시 어린이가 되기도 하며, 자신을 땅의 벗이요 형제라고 생각하며, 식물과 바위와 구름을 느껴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밥을 먹고 나면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예술도 창조하고 나면 그것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는 법이죠. 휴식 없이 달릴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사람은 매번 생산적일 수 없습니다. 가끔은 시간을 의미 없이 죽이는 시간도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언젠가는 스쳐 지나가 버리겠지만 우리 각자에게는 생과 사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한 과제를 저마다 안고 있다. 그 과제는 평범하고, 교훈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점들은 ‘해결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이며, 그것은 그저 우리에게 고통 그 자체만을 주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 고통은 곧 우리의 삶이 되며, 기쁨이라는 감정과 삶에서 느끼는 고귀한 가치는 오직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는 해결할 수 없는 고통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죽음', '이별' 등으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들이죠. 이것은 해결할 수 없는 고통 그 자체이지만, 이것들이 있기에 우리는 유한한 삶과 지금의 인연을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것입니다. 삶의 의미와 가치는 이러한 고통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이기도 한 거 같네요.


절망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정당화시키려는 진지한 시도가 만들어 낸 결과다. 절망은 삶을 덕망과 정의와 이성으로 살아가고, 책임을 완수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한 결과로 생겨난다. 나는 절망이 다시 은총으로 바뀌는 것, 그리고 우리 삶의 껍질을 벗김으로써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자주 체험하였다.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바꾸고 개선시키려는 사람, 흐름을 거슬러서 삶에 새로운 변화를 기꺼이 맞닥뜨리려는 사람만이 절망하는 법입니다. 그러한 변화는 처음엔 고통일지 몰라도 나중에는 행복의 든든한 지침대가 되어 줄 겁니다.


END


사실, <삶을 견디는 기쁨>은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얘기해 주는 내용도 많지만, 은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내용들과 조금은 현학적이기까지 한 내용들도 있어서 제대로 이해 못 한 내용도 솔직히 많았습니다.

철학적인 내용들도 있었고, 그 철학에 대한 헤세의 사색은 독자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헤세의 지난 삶에 대한 회고들과 세상의 변화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들이 감명 깊었습니다.

세계문학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작가는 그만한 감수성과 통찰력, 지식들이 내면에 녹아져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네요.


문학은 세계와, 그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룹니다.

그렇기에 그 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선 작가에게 여러 가지 자질들이 요구됩니다.

그 자질들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이는 헤르만 헤세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에세이.

<삶을 견디는 기쁨> 리뷰였습니다.


* 제가 소개해드린 문장은 책 전체에서 2%도 되지 않습니다. 더 좋은 문장과 내용들도 많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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