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학 리뷰

소소한 함바식당의 힐링 이야기 <수진의 함바식당>

전형적인 설정이 좀 아쉬웠던 소설

by Nos

INTRO


건설현장에서 한 번 일해보셨던 분들이라면 무조건 먹어보셨을 법한 식당

기사 식당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식당은 건설현장 인부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보통 뜻합니다.


저는 건설 현장 노동까지 해보진 않았지만, 공장에서 잠깐 일해 보면서 이런 류의 식당을 이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높은 강도의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오전의 피로를 풀면서 오후의 업무를 위해 에너지 충전을 할 수 있는 곳.


그러나, 아무래도 먹는 양이 많은 인부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양은 많아도 맛은 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식당이었죠. 그럼에도 정말 맛있게 먹으면서 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도서는 바로 이 함바식당에서 이뤄지는 청춘의 힐링, 로맨스 관련 소설인 <수진의 함바식당>입니다.


줄거리


소설의 메인 주인공은 수진, 현진입니다.

둘 다 명문대를 나온 이들은 어찌 된 연유인지 건설 현장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을 절대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명문대를 나온 이들이 통상적으로 자리 잡는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곳이긴 하니까요.


남자주인공이야 건축학과를 전공했으니,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은 피아노를 치다가 식당을 운영하게 되면서 전혀 다른 진로를 걷게 된 사람입니다.

일반 사회의 시선으로 봤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겐 자신만의 사연이 있습니다.

감당하기 힘들었던 고통에 직면한 후, 그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나선 용감한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더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은 두 주인공들.

이 주인공들이 필연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서로 얽히며 일어나는 따뜻한 청춘 로맨스 힐링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입니다.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문장들


여기 있는 모두가 각자 얻고자 하는 자기만의 목적이 있어. 모두 나름대로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거야.


우리 사회는 뭔가 참 각박해서, 어느 정도의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일용직이나 단기알바를 하고 있으면 꼭 한소리를 합니다. 안정적인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겠냐, 이거 해서 뭐해먹고 사냐 등등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법한 소리죠?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내면의 소리가 바로 이 문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불안정적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하루살이처럼 보일지 언정, 우리는 각자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미래를 계획하여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누군가가 함부로 그 사람의 미래와 가치관에 대해 충고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거죠. 어리면 어린 대로, 미숙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가 갑자기 퇴사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것도 나름의 목적과 이유가 있는 겁니다. 돈 좀 더 잘 버는 직장보다, 조금 적더라도 스트레스가 덜 한 일을 하며 내가 원하는 취미생활을 하는 게 나에게 더 맞을 수도 있잖아요?

또, 어떤 사람은 단기알바나 일용직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위해 투자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삶을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부로 충고를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는 너무 본인만의 위치에서, 다른 사람의 개성과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고 격려와 충고를 합니다. 정작 격려와 충고를 받는 대상이 원하는 것은 경청과 응원인데 말이죠.


우리는 너무 자신만의 기준에서 상대방을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당장 약간 한심하고 가르쳐주고 싶더라도, 그 과정도 그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순간일지 모릅니다. 함부로 충고를 하기보다는, 그냥 응원만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돼야 하지 않나 싶네요.


어쩌면 산다는 것은 눈앞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피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다 괜찮아지거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가끔씩 문제가 너무 거대할 때 들려오지 않는 말이죠.

'괜찮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일 거야.' 이 말은 분명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말이지만, 지금 당장 너무 큰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삼자가 우리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그분들도 나쁜 뜻에서 하는 말은 아니죠.

실제로 시간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긴 하거든요.


직장에서 나의 미숙함으로 발생하는 문제들도, 시간이 지나 역량과 실력이 쌓이면 아무 문제가 아닌 것처럼 넘어가집니다. 부끄러운 언행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고요.


중요한 것은, 역시 꺾이지 않고 직면하는 마음입니다.

삶에서 문제와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습니다. 이 운명에 잠깐씩 회피하고 대피하는 날들도 물론 있고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맞서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습니다.

운명은 문제에 맞선 자에게만, 해결과 성장이라는 보상을 선물해 줍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었고, 내일도 힘들지라도.. 언젠가는 분명 나아질 때가 옵니다.

그때가 너무 까마득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온 정신을 집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정상에 올라 눈부신 햇빛을 바라보는 순간이 올 겁니다.


END(+아쉬운 점)


조금은 독특한 '건설 현장'과 '함바 식당'이라는 소재를 섞어서 재밌었으나, 주인공들과 그 주변인물들이 우리가 너무 많이 접했던 설정과 배경들이라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함바 식당, 건설현장' 같은 소재는 어찌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터전들인데 명문대학교를 나온 두 남녀는 이 평범함을 약간 희석시키지 않았나 싶네요. 진정한 평범함이 아니라, 비범한 인물이 평범함 속에 섞여 들어간 듯한 느낌이 좀 들었습니다. 특히, 재벌 3세 인물의 등장은 30대 이상의 독자층들에겐 너무나도 많이 접한 설정이다 보니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재벌 3세의 어머니가 여주인공에게 헤어지라면서 상처 주는 패턴을 안 볼 수 있을까요?

여자 주인공의 각성은 왜 또 이런 헤어짐으로 밖에 발생할 수 없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져야 하나요?


재밌게 읽은 만큼, 이런 설정들이 참 아쉬웠지만 이것들 빼고는 재밌고 따뜻한 소설이었네요.


이상으로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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