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리터족으로 사는 법> 감상 후기

꿈을 위해 자발적 프리터족을 선택한 작가님의 이야기

by Nos

INTRO


여러분들은 '프리터족'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일반적인 직장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하게 이런 생각은 했을 겁니다. '저걸로 어떻게 벌어먹고 사나.'


최저 시급으로 약 200만 원을 벌면, 아껴살기만 하면 충분히 생계는 해결할 수 있지만 미래를 대비하기엔 현실적으로 힘드니까요. 직장생활을 하는 여러분이 본인의 친구, 가족, 애인이 이렇게 살고 있을 때는 잔소리를 한마디 했던 분도 있을 거고, 하려다 만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절대로 무시하거나 겉으로 티 내지는 않았지만, 불안정성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면 좀 불안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정규직 직장을 나오게 되면서 저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프리터족의 삶에 대해 관심이 생겨 에세이 하나를 읽게 되었습니다.


<프리터족으로 사는 법>의 작가님은 카페 창업을 꿈꾸며 6년 동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책 작성한 날 기준) 30대 중반에도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삶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난, 무시, 질타를 했을 게 분명하지만 본인의 꿈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이 글에 녹아있습니다.

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꿈과 관련된 직종이 프리터족으로 묘사되는 카페 알바였기에 카페 알바를 할 뿐인데, 주변 사람들은 다들 미래를 걱정하는 그 모습이 다소 폭력적일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저 또한, 멀쩡한 조직을 박차고 나와 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리터족으로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이고서야, 이 삶의 형태에 대해 조금 더 주의 깊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네요.


책에 나온 몇몇 문장을 보면서 좀 더 살펴보며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책 속의 문장들


자발적 프리터족은 스스로 프리터족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을 일컫는다. 자발적 프리터족을 선택한 이유 중 가장 많이 차지한 것은 취업한 직장의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현실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었다. 취업이 가까워온 대학생들 또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몰라 취업 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가기 위해 프리터족을 선택했다고도 한다.


취업을 할 수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프리터족이 된다는 게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최저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보다는, 취업을 해서 각종 복지와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안정성, 전문성, 미래 등을 고려했을 때 프리터족을 선택하는 이유는 솔직히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단순한 일을 하면서 주 40시간을 하지 않고 좀 더 워라밸을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말이죠.


이제는, 이 자발적 프리터족들의 생각과 행동, 삶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제가 너무 오만했음을 느꼈습니다.

저 또한 자발적 프리터족으로 살아갈까 생각하게 되니,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취업한 직장의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이걸 경험해 보았거든요.


아무래도, 대부분의 직장은 아르바이트보다는 확실히 책임감이나 업무의 지식, 전문성을 요구하는 곳들입니다. 더 많은 시간, 노력 등을 해야 하는데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고 재미가 없으면 이것만큼 힘든 게 없더군요.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만만찮지만, 업무 자체가 맞지 않으면 업무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좋아하는 일이 생기다 보니 이 일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은데 업무가 끝나면 기진맥진해지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아무리 칼퇴를 한다 하더라도, 업무 시간 내내 강도 높은 업무를 하면 퇴근 후엔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몇몇 초인들은 퇴근 후에도 아주 열심히 다른 부업이나 투잡을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저는 그런 유형의 인간은 아니었거든요.


직장생활 자체도 좋은 분들을 만났지만, 어쩔 수 없는 부조리함과 부당함,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저에게는 너무 맞지 않았습니다. 이게 맞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냐만은, 저는 좀 많이 안 맞아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이 모든 걸 종합한 결과, 저도 프리터족과 비슷한 삶을 살면서 꿈을 키우기로 결심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발적 프리터족들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그동안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네요.


그러던 와중 문득 이 자체가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카페를 갈지 찾아보고, 선택하고, 메뉴를 고르고, 즐기고, 생각도 하고, 책도 보고, 어느 날은 그냥 쉬다 오는 자체가 너무나 좋은 카페투어였다.


디저트 카페 창업을 꿈꾸는 작가님에게, 카페와 관련된 모든 활동은 꿈과 직결된 활동이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와 관련된 활동들은 여행처럼 달콤하고 즐겁게 느껴지기 마련이라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이 아니라 놀이이자 여행처럼 느껴지는 감정을 잘 나타낸 문장이었네요.


지금은 내가 좋아하고 일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퇴근 후의 삶도 보장받고 있다. 프리터족으로서 그 부분이 가장 만족스럽다.


작가님의 꿈이 카페 창업이라면, 당연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가장 꿈과 직결된 활동이고 이게 행복에 가장 가까운 길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직장과 달리 카페 일은 매장에서 딱 끝나니 퇴근 후에도 스트레스를 가져오거나 다른 걸 신경 쓸 틈이 없죠.

워라밸이 좋다는 것. 이게 아르바이트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퇴근 후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 나갈 수 있는 라이프가 보장되어 있는 것.

그래서, 꿈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프리터족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과 알바의 스트레스 강도를 비교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서나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은 업무 스트레스보다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음.. 저는 작가님과 반대로 아르바이트는 많이 해본 적 없고 직장만 여기저기 좀 다녀봤는데요.

아르바이트도 아르바이트 나름대로의 스트레스가 있고, 직장도 직장 나름대로의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강도를 따졌을 때는 직장생활이 더 힘든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게 맞긴 하지만, 인간관계가 나름 평탄할 때는 업무 스트레스도 생각보다 장난이 아니거든요.

아르바이트 업무 강도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지게 되는 저마다의 책임은 생각 이상으로 무겁고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도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맞습니다.

더 힘들다는 걸 자랑해서 좋을 게 뭔가요. 누가 더 만족하면서 일을 하고 행복한지를 비교하는 게 오히려 우리의 행복에 더 쓸모 있는 논쟁이 아닌가 싶습니다.


END


우리나라는 아직 프리터족의 삶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합니다.

가장 큰 이유가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과, 경제성이죠.

직업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다만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기 전에 생활비를 벌기 위한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게 현실입니다.(요즘 젊은 층에서는 생각이 바뀌는 거 같긴 하지만, 40대 이상의 어른들은 솔직히 아니죠.)


하지만, 직장도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며 고용 불안정성은 공공기관 쪽이 아니고서야 여전히 존재합니다.

아르바이트보다는 확실히 돈을 많이 벌긴 하지만, 그 돈을 주는 이유가 존재하는 곳이죠.

어쩌면 프리터족들은, 그렇게까지 돈을 많이 벌 필요 없이 본인의 꿈을 좇기 위해서나 그냥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모두 껴안으면서 말이죠.


성인이 된 이상, 어떻게 살아가든 그 삶의 모든 결과는 본인이 책임지기 마련입니다. 본인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남들에게 피해만 안 끼친다면, 어떻게 살아가든 솔직히 무슨 상관인가요.

취업을 할 수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프리터족을 선택한 사람들은 다 그만의 사정이 있을 겁니다. 저 또한 오만한 시선과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러 경험을 하고 난 뒤로 생각이 바뀌어 반성을 하게 되었네요.


사람은 저마다 속도가 다르고, 삶에서 겪은 경험과 고통도 다릅니다.

누군가에겐 그게 최선의 선택이고, 미래에는 다시 날개를 펼칠 수 있음을 인정하며 존중해 주는 사회적인 관습이 좀 더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무튼 잠> 에세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