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추석.
독일은 그냥 월요일.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하루 종일 아침인지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런 전형적인 딱 독일 같은 독일 가을 날씨...
생각보다는 덜 피곤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 왔다.
한국에서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소포가 오늘 도착한다는 것을 오늘 퇴근 전에 확인했다. 보통 송장번호 누르면 어디쯤인지 확인이 되나, 오늘 아침까지 아직 인천공항이었다.
갑자기 오늘 오후에 온다고!
뭐, 아무 일 발생하지 않고 생각보다 빨리 와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후 4시 반.
창문 너머로 보니, 우리 집 건물 앞에 DHL차가 선다.
분명 그 안에 있다.
우리 집 건물의 현관은 찻길이 아닌, 뒤편이다.
비도 오고, 그냥 밖에 두고 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난 이미 내려갔다. 건물 안에서 기다렸다. 5분을 기다렸는데도 안 온다. 작은 아들이 위에서 얘기한다.
"엄마, 아저씨가 우리 소포를 길 위에 놨거든? 그러더니 다니 들고 차가 갔어!"
????????????
이제 하다 하다 별 짓을 다 한다 싶었다.
진심으로 짜증이 났고,
비도 오고, 5도인 날씨에, 잠바도 안 입고, 실내화인 상태로 나갔다. 진짜 노란색 DHL차가 없다. 창문에서 보고 있던 아들이 말하길, 차가 우리 집 맞은편 길 위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 위로 올라갔다. 나는 이미 비에 다 젖었다.
다른 집 소포를 배달하고 있는 아저씨를 보았다.
"나 저 밑에 살고, 소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고, 당신을 봤고, 당신이 짐을 차에서 꺼내어 길 위에 내려놓은 거까지 봤어. 왜 이걸 다시 차에 싣고 갖고 간 거예요?"
진짜 화가 났지만, 참았다. 최대한 눌렀다.
그가 이렇게 말한다.
"내비게이션이 이쪽으로 가라고 해서 왔고, 나는 오늘 소포가 많아"
뭐!!!!!!?????????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또 듣고야 만...
차라리 안 들리면 나을 것을...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차로 내려갈게. 이거 무겁잖아"
나는 결코 절대 그 사람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냥 갖고 갈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소포 전달 실패;내가 집에 없었다는 이유를 대며, 소포를 나에게 전달을 안 하고, 그냥 다시 우체국으로 갖고 가서, 나에게 찾으러 가라는 메일을 남길라고 한 것이다.)
이제까지 살면서, 집에 있었으나 벨은 누르지도 않은채, 다시 갖고가서, 우체국에서 찾아가라는 편지를 받아본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내 눈 앞에서 편지함 근처에 온 것도 아닌, 주차하고 짐 꺼내다가 다시 갖고 가서, 만나서 물으니 그 변명을 저러고 있는 이 꼴까지 보니, 저 당당함에 이젠 소름이 돋는다.
그래서 나는...
8킬로짜리 EMS소포를,
비 흠뻑 맞으며, 집까지 들고 왔다.
변하지 않는 이 나라의 모든 것에
지친다고 말하기에도 지친다.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고,
내가 살고 싶어서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진짜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는데.
뭐 하고 있는 건지... 왜 이래야 하는 건지...
언제까지 이런 걸 겪어야 하는지,
여긴 어디고, 몇 년도인지...
진심 모르겠다.
가만있어도, 그냥 일이 생기는 여기.
분노에 의해 코에서 연기가 나는 오늘....
그냥...
한강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