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

by Traum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처리를 해놓고 나니 몸이 내 마음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그동안의 모든 장면들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갑자기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를 잃어버렸다.

내가 뭐를 원하는지, 내가 뭐를 좋아하는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뭔지를 아예 잃어버렸다.


언제나 나를 둘러싼 상황에 나는 휘둘릴 수밖에 없었고, 나의 생각과 의견은 언제나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참아야만 했고, 다음으로 미뤄야 했고, 지워야 했으며, 언제나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익숙해졌고, 그렇게 나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도 익숙해져 갔다.


그게 잘못이었다면 잘못이었을까.

그렇다고 다른 선택이 될 수는 전혀 없던 상황이었다.

만약 똑같은 그때로 돌아간대도, 같을 것이다.


웃음을 잃기 싫었으며, 울기 싫었다.

그럼에도 추억은 간직하고 싶었고, 그 많은 날들을 적고 싶었다. 잠은 자지 못했어도 밀린 잠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 싫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 쌓이는 악한 감정들과 슬픈 감정들은 몰아내고 싶었다.


너무 애를 쓴 것 같다.

너무 많은 힘을 다 들인 것 같다.


인생의 반을 산 이곳에서 익숙해진 불편함이 아무 적응이 안 된 채로 계속 불편할 뿐. 그것 또한 내려놓고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너무 당황을 하거나, 큰 배신을 당하고, 큰 충격에 빠지면, 뇌가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반응이 꼬이거나, 또는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웃음으로 감정을 중화하려는 무의식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러한 허탈한 웃음이 나왔던 지난 몇 년 간의 두 번의 너무 큰 충격으로, 사실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도 모르게 문뜩 가끔 그 충격이 그대로 떠오르면서 멍... 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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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씩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

나는 뭘 좋아했으며, 이제는 뭘 좋아하는지,

그동안 뒤로 숨겨왔던 나라는 존재는, 다시 앞으로 나올 수 있을지.

먹고 싶은 건 있는지, 가고 싶은 데는 있는지,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 내가, 푹 잘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등등...

그리고 나의 건강은 괜찮은지...


그동안 너무 오랜 시간 잃어버린 나에 대해서 참 궁금하다.


방학을 했고, 푹 잘 수 있는데, 오늘 또 나는 거의 잠을 못 잤다......


그냥 지금은,

정말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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