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어린 위로

by Traum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가정의학과 - 주치의 병원에 다녀왔다. 오늘은 피를 뽑고, 유당불내증검사를 하고, 선생님과 만나는 날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려서 나의 피곤한 아침 시간은 병원에서 있었다.

폴란드에서 어젯밤 11시에 집에 왔는데... 아침 7시 반부터 나갈려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다.


오늘 병원에 정말 잘 다녀온 것 같다.

지난 3주 전의 진료에 이어, 오늘도 또한 큰 위로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 아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의 얼굴에 다 쓰여있어요. 그동안 고향과는 너무 먼 곳에서 너무도 수고가 많았어요. 그 수많은 세월들을 내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요 근래에 무슨 일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하게 당신에게 말해줄 것이 있어요.

당신과 당신의 남편에게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 있어서, 한 순간도 도움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앞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 그게 누가 됐던, 가족일지라도, 당신의 뒤로 보내세요. 없어도 되는 위치에 그 모든 것을 던져버려요. 지금 당신에겐 눈물을 닦아주고, 당신이 기쁠 때 함께 기뻐해주는, 그리고 당신의 힘듦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울고 싶다고 할 때, 못 들은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에게 와서 실컷 울라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다 잊어버리세요, 버리세요. 그리고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제 이만큼 애들 키웠으니까, 이제는 진짜 당신이 뭘 좋아하고 당신이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어디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건 없는지 생각해 보기로 해봐요. 내가 도와줄게요 "


나는...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정말 주책이다, 계속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물어보셨다.


"취미가 뭐예요? 뭘 좋아해요?"


나는 갑자기 당황했다. 나의 취미가 뭐였지... 난 뭐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나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요,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더 이상 클라리넷을 연주하지 않고 있어요, 그럴 시간도 없을뿐더러,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어디엔가 넣어두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 너무 멋져요! 나도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지금 당장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알아보세요, 그곳에 가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을 하고, 공연이 생기면 나에게 꼭 이야기해 주세요. 나는 모든 것을 접고, 당신의 공연에 갈게요. 우리의 목표는 당신이 잠도 잘 자고, 더 이상 마음이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은 것이에요, 내가 도와줄게요. 아직 방학 며칠 남았으니, 어디든 가봐요.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으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어요 "


1996년 , 십자수로 만든 나의 클라리넷


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독일의 삶,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고, 의료진으로써 환자를 돌보고 낫게 하려는 의지를 가진 의사를... 아니, 직업과 관계없이 이런 독일 사람을 처음 보았다. 이 분도 뵌 지를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에는 언제나 오래 기다리고 빨리, 혹은 아이들과 같이 가서 약만 받아오는 진료였으니... 몰랐다.

오죽 놀랬으면, 내가 들은 독일어가 맞는지 다시 의심을 했었다.


언제든지 오라는 선생님, 너무도 감사하다.

병원에서 나와서 하늘을 보았다.

순간 마음의 한쪽이 뻥.... 뚫린다.


정말 신기한 건, 너무 힘들어서 낮잠을 자고 싶어도 10분도 잠을 들지 못했었는데....


병원 다녀와서 오후에 4시간을 낮잠을 잤다.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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