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좋아졌다.

by Traum

내일 출근해야 하는 날인데,

큰아들은 합창단 합숙으로 2박 3일 성으로 가는데,

이렇게 요란한 폭우 덕분에 깊은 잠 자기는 글렀다.


할 일을 다 하고, 누웠는데,

침대 위 기울어진 창문을 톡톡 건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진정이 된다.

몇 분 후 핸드폰 진동소리.

새벽동안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와 우박이 쏟아질 거라는 경보 메시지이다.

갑자기 언제인가부터 보험 회사에서 이런 날씨 경보 메시지가 온다.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러는지.. 그렇다면 일단 반신반의이다.

그러나, 이번엔 진짜 같다. 갑자기 약 3일 동안 30도였으며, 올해 처음으로 반바지를 입었다. 선풍기는 아직 안 꺼냈고, 에어컨도 없는데, 습하고 더워서 좀 힘들었다.

역시. 독일의 쨍쨍한 햇빛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며칠 못 간다.

그래서 더더욱 난리가 난 하늘. 천둥 번개가 요란하고, 빗방울도 굵고, 오늘 정말 잠 다 잤다.


얼마 안 된 것 같다.

나는 정말 흐리고 비 오고 우중충하고 천둥번개는 더더군다나 안 좋아했었다. 일 년의 80프로 이상을 비를 보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건강과 기분은 당연하고,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너무 많이 보았기에, 좋아할 수가 없다. 원래는 해가 나면, 너무 좋고, 일부러 더 많이 나가고, 대청소하며 즐거워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비가 좋다. 밤낮 구분이 잘 안갈 정도의 어두운 밖이지만, 방에 작은 스탠드램프만 켜놓고, 침대에 누워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문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있어도 좋고, 이층으로 올라가 좀 더 큰 창문에 비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하는 것도 좋다.

천둥 번개는 속이 시원하고, 깊은숨을 쉴 수 있게 되어 개운하고, 우박은 보면 볼수록 우당탕탕 소리와 우박 크기에 볼 때마다 놀란다.


비가 오면 보통 짧아야 일주일, 해가 나면 보통 길어야 3일.

이 날씨가 너무 힘들었었는데, 점점 그 어두운 날씨를 나름대로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한 것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고 있어서 비가 좋아진 걸까.


지금 엄청난 천둥과 번개, 폭우와 우박이, 나의 마음을 읽어주듯, 이렇게 비를 보고, 너무도 요란한 빗소리를 들으니 참 좋다.

그런데 정말.. 잠.. 다 잤다...


2초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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