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추워도.

by Traum

열대야


맙소사. 독일에서 새벽 기온 27도로 잠을 못 자다니!


여름에 그나마 덜 습해서

짧지만 그나마 위로를 하며,

12개월 중 9개월을 버티며 살아가는 건데...


습해진 지 몇 년 됐다.

한국의 여름과 다른 여름이라 딱히 비교할 수는 없다.

무엇이 됐건,

독일의 여름이라고 겨울처럼 시원한 것은 아니며

여기도 땀이 나고, 살이 타며, 뜨겁게 느끼는 정도도 비슷한, 그냥 더운 여름이라는 것.

당연히 선풍기 없으면 힘들고,

선풍기와 에어컨은 어느 학교도 없는터라,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너무 힘들고,

에어컨은 가정집에는 당연히 없고,

요즘은 몇몇 가정집이 있다 하나,

중요한 건 지인 통틀어 직, 간접적으로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


한국에서 누군가 꼭 질문을 한다

"독일도 더워?"

그래서 덥다고 하면,


"한국이 더 더워"

"그래도 거긴 여름이 짧잖아"

"그래도 유럽이잖아"

"선풍기 있으니 틀면 되겠네"


라는 무슨 말도 안 되는 말로, 우리는 더우면 안 되나 보다.


덥다고 하길 기다렸는지, 안 덥다고 하길 기다렸는지,

정확한 의도는 대충 추측할 수 있다.


/


추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약 9개월을,

95%는 먹구름과 비바람과, 돌풍, 강풍, 폭우, 천둥번개, 우박이 섞인 날

5%의 한 달에 몇 분 정도 잠시 보이는 해의 그림자와 같은 희미한 밝은 빛으로 살아간다.


누군가 춥냐고 묻는다.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이 더 추워"

"그래도 거긴 눈은 안 오지?"

"그래도 거긴 추워도 사람이 움직일만하지?"


한국의 위도는 북위 33도에서 43도.

독일은 북위 47도에서 55도 사이.

우리는 추워도 따뜻해야 하나 보다.


/


요 근래 여름과 겨울에 번갈아가며 한국에 갔었기에 정확한 비교를 할 수 있다.

여름도 겨울도... 현실적으로 한국은 방법이 있다.


/


6월에 셋째 주에 갑작스러운 39도까지의 폭염,

8월 이번 주에 며칠 동안 계속되는 37도의 폭염.


에어컨이 너무 그립다...

더위에 약한 나는 거의 정신을 못 차리겠다...

또 한 편으로는, 더운 여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한 여름이다.

곧 가을이 오겠지.

그리고 곧 먹구름과 몇 개월을 보내야겠지.

그래도 이제는 그날들을 이겨낼 힘이 충전이 된 것 같다.


/

봄의 우박과 비,

여름의 무더위,

가을의 돌풍과 무너질듯한 먹구름,

겨울의 시림과 눈보라를 통해,

시간은 나에게 충전할 기회를 선물하였다.

고장 난 나를 조용히 멈추게 해 주었고,

슬픔을 그대로 슬퍼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래서 다시 달릴 힘을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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