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기다리던 소망이 있었다.
어쩌면 절대 손에 쥘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은 당연히.
사실 그래서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휴가를 떠나는 것이 그리 개운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원한다고 착착 진행이 된다면 세상 누가 힘들겠는가... 모든 부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 기다림에 애가 탔다.
휴가 후 주말 지난 후 바로 월요일.
나는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결과를 들었고,
안도의 한숨과,
사실은 독일에서의 초스피드 진행인데 너무 길게 느껴졌던,
이렇게 그토록 원하던 기다림의 끝의
무덤덤함, 설렘과 기쁨이 교차한다.
/
처음 시작부터 평범한 부부가 가는 길과는
다르게 시작했던 우리.
학생 부부로 시작하여, 남편의 졸업 전 첫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1인 다역을 해가며,
단 1분의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숱한 날들을 눈물로 지새웠었던 그 많은 밤들.
독일의 경제위기가 심각하게 올 때 졸업한 남편,
너무 많은 주변 한국 사람들의 급박한 귀국,
그로부터 조여 오는 압박,
그리고 외국인청 비자의 압박,
너무도 감사하게 운이 좋았던 취직.
그러나 현실은,
외국인이라서 당연히 받아야만 했던
매일 매 순간의 조롱, 압박
남녀차별, 인종차별, 무시, 억울함.
그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야만 했고,
우리의 입과 귀는 기능을 하지 말았어야 했으며,
그래서 숨죽여 울고, 참고 또 참고 또 한 번 참으며,
겨우 버티고 있으면,
" 독일에 살아서 스트레스 없겠다"
"한국에서 안 살아서 얼마나 좋아"
"한국에서 일해봐, 얼마나 힘든지,
거기서 일하면 얼마나 천국이겠어"
"애는 태어나면 알아서 커"
"애기 데리고 맨날 놀겠네"
"밖에 나가기만 하면 그림 같은 곳이니 얼마나 마음이 편할 거야"
라는 말을 수천수만 번을 들어야 했고,
쌀을 구하는 것이 힘들고,
그리고 돈이 궁핍할 때에,
어디서 들어서 이유식을 먹여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집에 인터넷은 몇 분마다 끊겨서 거의 안되고,
이유식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한국어로 된 육아 서적 한 권이 없고,
참 답이 없을 때..
그런 때가 있었다...
매일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렇게 외롭고 기나긴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왜 무엇 때문에 굳이 이렇게 살아야 하지....?
/
나의 다이어리 20권에
우리의 마음이
고스란히 남겨있어서,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어서,
생생히 다 기억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
집에 와서, 20권의 다이어리를 꺼내서 읽어보았다.
눈물 없이는 못 볼 매일매일이 글씨에서 그날들의 아픔들이 묻어져 있다.
어제를 잊기 위해 오늘을 살았다.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버텼고,
어제보다 오늘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과,
내일은 꼭 웃을 것이라는 바람으로 살았다.
깊은 동굴로 들어갔었고,
온몸이 아픈 고통도 수없이 많았고,
그만큼 아이들이 너무 이뻤고,
그만큼 웃는 날들도 분명 있었다.
/
감사하며 감사하다.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총 3번, 작년 여름을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엄청난 분탕질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할지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아주 크나큰 사건으로,
내가 일어날 수 없게 될 줄 알았겠지만,
사실 생각보다 그리 충격을 받진 않았다.
나는 이제 어지간한 일로는 충격을 받지 않는다...
거의 모든 일에 아무렇지가 않다.
남편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한다.
하지만 괜찮다,
마음의 근육이 너무도 단단해졌다.
/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우리는 파티를 했다
큰아들은, 기분이 이상하다고. ♡
작은 아들은, 엄마 최고라고 ♡
오랜만에 마음이 편한 파티.
참 갚진 고된 기다림 끝의 시작된 빛.
낮은 자세로 존중과 존경을 바탕으로
내 마음을 다해 바다처럼 깊고 넓은 사랑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