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가을.
울긋불긋 단풍이 떠오르기보다는,
먹구름 청소기만 떠오르는 기가 막힌 찬란한 잿빛 구름과
뭉게뭉게 커다란 먼지 덩어리들이 모여있는 듯한 가을하늘. 바람이 시리고, 이빨과 뼈마디가 욱신거리며, 낮은 기압으로 편두통은 피할 수 없는, 원하지 않는 부록은 언제나 내 곁에. 천둥번개 동반한 폭우, 요란하지 않은 날이면 그냥 하루 종일 끝없이 쏟아지는 비.
곧 다가오는 맥주축제로 교통수단과 시내,
온갖 곳이 술냄새와 문젯거리들로 가득 찬 가을의 시작.
하..... 정말 너무 심하다.
그렇게 몇 주를 보내면,
더 깊은 어둠으로 빠져,
오후 3시 반부터 깜깜해져서 다음날 아침 8시 반이 되어야 회색의 아침으로 변하는 겨울이 다가온다.
해가 길고 밝은 여름에도 좋지 않은 기분으로 언제나 찡그려서 시비 붙일 곳만 찾아다니는 것 같은 이곳 사람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고 정상적인 사람들도 잘 보이진 않지만 몇 명 있다.)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되면,
지나가면서도 보이는 동네 사람들의
한층 깊어진 미간의 주름.
슈퍼나 가게를 들어갔을 때 몇 초라도 말을 섞으면 0.1초 만에 기분이 상하게 되는 희한한 일상들.
겨울은 특히나 좋지 않은 날씨와 사방팔방의 어두움으로 모두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짜증과 신경질과,
더욱더 잘 느낄 수 있는 인종차별로
긴긴 겨울을 보내게 된다.
더 이상 새로운 건 없겠지...라고 생각해도, 업그레이드버전은 언제나 나온다.
오늘도 그러한 그냥 일상.
집에 있어도 밖의 거리에서의 싸움 소리,
복도에서도 누군가의 싸움 소리,
전화로 병원 예약을 잡는데 예약이 된건지 안된건지 모르겠는, 미리 끊어버리는 환장의 서비스.
당연히 그 다음은 받지 않는다.
비는 내리고, 춥고, 바람은 불고, 참 가지가지 골고루 갖춘다.
밤 같은 대낮에,
반짝이는 한강이 그립다.
어두우면 반짝이는 빛이 있고, 분위기가 살아나는 무언가의 방법이 있는 그곳이 어디든 가고 싶다.
모두가 아니라도, 모든 곳이 아니라도,
최소한의 사람들의 미소, 친절, 상냥한 말투,
서로의 인사, 작은 배려가 남아있는 그곳에서 살고 싶다.
2025.9.7. 밤 8시 20분. 개기월식
그런 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퇴근한 남편,
말없이 한숨을 쉰다.
대중교통 안에서 몸싸움을 하던 사람들,
그건 일주일 중 5일은 볼 수 있는 일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고 한다. 각자 밀고 당기다가 내리려고 하는 남편 쪽으로 약 120킬로는 되어 보이는 거구의 남자 한 명이 상대방에게 밀려져서 남편 핸드폰이 떨어졌다.
화면이 깨졌다.
그 어떤 사과도 없이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싸웠단다.
진짜.... 구색 잘도 맞춘다. 우리는 모두 이 정도는 그런가 보다 한다.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한숨만 나올뿐.
진심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