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님과 달님

호랑이와 썩은 동아줄 - 기만의 심판

by MOC

왜 호랑이는 하늘에서 떨어져 죽어야 했을까?


전래동화 「햇님 달님」속 호랑이는 배고픔에 사냥한 것이 아니었다. 이웃마을에서 떡을 팔고 돌아오던 홀어머니를 세 번이나 가로막으며 “떡 하나만 주면 살려주겠다”는 거짓 약속을 반복했다. 그가 사용한 것은 힘이 아니라 기만이었다. 마지막 떡마저 없어진 순간, 호랑이는 기다렸다는 듯 어머니를 잡아먹고, 심지어 그 옷차림과 목소리를 흉내 내어 오누이까지 속이려 했다.


문제는 단순한 포식이 아니다. 본래의 맹수라면 사냥과 포식은 한순간에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호랑이는 시간을 두고, 심리적 방심을 유도하며, 인간적인 술수를 부렸다. 이는 포유류 포식자로서의 분수를 넘어선 행위였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한 고리였던 맹수가 인간의 전술을 흉내 내고, ‘거짓 약속’이라는 사회적 행위를 사용한 순간, 그는 하늘님의 질서를 거스른 셈이다. 썩은 동아줄은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본성을 잊은 존재에 대한 응징이었다.


이 장면은 조지 오웰의『1984』 말미를 떠올리게 한다. 권력 전복을 외치던 가축들이 결국 권력자가 된 돼지를 보게 되는 장면이다. 두 발로 서서 술을 마시고 인간처럼 흥청대는 돼지는, 더 이상 원래의 돼지가 아니다. 그 모방은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금기를 넘는 행위이며, 본래 지니고 있던 질서와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동물의 ‘본성 위반’은 인간에게 섬뜩함을 준다. 단순한 힘의 행사보다, 타자의 방식을 모방해 지배하려는 시도는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햇님 달님」에서 호랑이가 처벌받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는 맹수의 영역에서 벗어나 인간의 흉내를 냈고, 그 과정에서 기만과 배신을 선택했다. 하늘님의 썩은 동아줄은 그 어긋남을 끊어내는 칼이었다.


결국 이 설화는 약육강식의 세계조차 관통하는 하나의 경고를 전한다. 힘의 크기가 아니라, 본성을 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죄라는 것. 그것이 인간 사회에서든, 신화 속 세계에서든, 변하지 않는 심판의 이유일 것이다.



2025.08.09.


#stupidityismy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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