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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대한 사색

본질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가?




미용실에서 커트를 하다, 원장님과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원장님은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 사업의 본질은 '기술력'이라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건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이어서 말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본질에 집중해야 돼. 내가 만약 다른 상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기술력이 떨어지고, 손님들은 내가 다른 상품에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돼. 그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고객님이 없어져.'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건 본질에서 어긋나는 행위인가? 그렇다면 스타벅스에서 텀블러를 파는 건 어긋난 행위일까? 여기선 나의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깨닫는다. 이어 원장님이 말한 사실도 꽤나 추상적이었다고 느낀다. 



상품과 기술력은 본질의 의미를 두진 못한다. 기꺼이 의미를 둔다면 '질서의 영역'에선 둘 순 있다. 원장님이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했기에 상품보단 기술력이 우선순위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원장님의 머릿속에는 상품은 돈이라는 걸 내게 들켜버렸다.



그럼 본질에는 순서가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스타벅스가 초창기부터 텀블러를 팔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핵심은 커피를 중점으로 영역의 확장을 이어나갔기에 현재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만약 스타벅스가 커피가 아닌, 텀블러를 팔았다면 어땠을까? 그것은 커피의 영역이 아닌, 텀블러 제조사 영역에 해당된다. 이 모든 활동은 사업이다. 사업이 존재하려면 고객이 있어야 하고, 고객에게 특정 가치를 제공해야만 자신이 이익을 누린다. 즉, 고객을 만족시키는 행위의 양과 질이 넓어지다 보면 커피만 팔던 스타벅스가 텀블러, 인테리어 등을 파는 게 당연한 이치다.



가치란 무엇을 의미할까?


스타벅스를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역학적으로 세분화하면 이해하기 쉽다. '나는 한 번씩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를 방문해 커피를 구매하고, 앉아서 책을 읽다가 온다.' 이 문장 하나를 세분화해 보자.



매장 위치

커피 종류

편안한 공간과 인테리어

서비스


그럼 위 4가지의 본질은 무엇인가? 당연히 가까운 곳이 좋고, 당연히 맛있는 게 좋고, 편안한 공간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좋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실제 F&B에선 이런 당연함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도 꽤나 많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봐도 안다. 이런 범주를 아는 것, 의식의 영역이 넓은 사람들은 세밀하고 꼼꼼하게 체크한다. 이 모든 게 결국엔 고객 경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만 있을까? 그들이 지정한 브랜드 컬러, 브랜드 이미지, 동선, 의자, 테이블, 원두 등등등 엄청나게 많다.



본질은 우선적으로 좋고, 나쁨을 구분하긴 쉽다. 기본적인 정의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정의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공사장 같은 인테리어의 카페가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양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선택의 자유가 생긴다. 즉, 커피를 찾는 수요층이 많아지기 시작한다면 개인의 선택이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시장은 다양해지며 경제는 활발해진다. 싼 커피의 브랜드, 개인 카페, 브랜드 커피, 공사장 인테리어 카페, 에스프로소바 등등 커피를 찾는 소비자의 양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진화한다. 진화는 곧 선택의 자유를 누린다.



본질을 잘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1. 질서 있게 사용한다.


미용실 원장님의 케이스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본질에는 질서가 있다. 기술력이 우선이라면 기술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술력이 부족한데, 상품화시킨다는 건 도박 행위에 가깝다. 뭐든 순서가 존재하며 양의 크기를 늘려가기 위한 항해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2. 자신의 관점을 정한다.


미용실 원장이 상품을 만드는 건 본질적으로 어긋난 행위는 아니다. 만약 '수익' 목적으로 에너지가 분산된다면 위험 행위는 맞다. 하지만 '고객 만족' 목적으로 에너지가 분산된다면 이건 어긋나다고 하기 어렵다. 미용실을 주기적으로 단골손님들의 머릿속에 여드름이 있는 게 고민이라면 미용실 원장이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된다. 자신이 헤어 디자이너의 관점이라면 결과는 달라진다. 기술력이 맞다. 하지만 미용실 사업가라면 범주의 폭은 넓어지는 게 분명하다.



3. 역학적으로 세분화한다.


스타벅스 예시처럼 역학적으로 세분화한다. 고객의 경험 여정을 한 번 역지사지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열하여 최선의 본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쉽다. 즉, 배려하는 관점과 세밀하게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디테일이 질을 높여주는 건 당연한 사실이니까. 




사물은 누군가의 창의, 이기심,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간의 존재는 그렇지 않다. 태어났기에 이유를 찾아 나서는 여정의 머물러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정의하기 나름이다. 인간의 창의로 만들어낸 것들도 마찬가지다. '왜 만들었는가?' 질문을 시작으로 다양한 견해가 찾아온다.



좋은 본질을 정의하는 기준은 끊임없이 탐구하는 학생의 신분이 최선이다. 관심을 가질수록 더 좋은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고로 선생님이 되어 본질을 가르치는 것보단, 학생으로 끊임없이 공부하는 편이 낫다.



더군다나 나는 본질을 잘 모른다. 모르겠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세상이다. 대다수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며, 술과 담배, 마약에 중독당한다. 과연 본질을 아는 자가 그렇게나 많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술과 담배, 마약에서도 교훈을 얻을 순 있다. 쉽고, 중독적이며 충동적이다. 하지만 이것에 현혹당한다면 우물 안 개구리다. 더 쉽지 않고, 더 중독당하기 어렵고, 충동적이지 않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나름의 레벨은 높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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