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다쟁이 Jul 25. 2022

비교에 대하여

#비교 1

후배를 만났다. 부목사인 그는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참 털어놓더니, 개척교회 목사인 내가 부럽다 말했다. 남의 불행을 통해  행복을 발견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단하지 않은  삶도 누군가의 부러움이 된다는  놀라웠다.


며칠 후에  다른 후배를 만났다. 그를 통해  또래 지인이  나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단한 그의 활약을 듣는 일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나는 뭐했나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왔다. 밤에 산책하면서 아내에게  변덕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불과 며칠 전에는 나보다 힘겹게 사는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족을 다짐했는데, 오늘은 나보다 잘난 사람 이야기를 듣고 위축되다니. 이게 뭔가 싶네”. 비교를 통해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납작해지기도 한다는  이상했다.


비교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교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앞으로도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질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비교하는 나에 대해 관용을 베풀기로 했다. ‘비교할  있지. 혼자 사는 것도 아닌데 비교하지 않으며 사는   어렵지’. 비교하지 말자에서 비교하는 나에 대해 너그러워지자로 마음을 고쳐먹으니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비교 2

“우리 아들 어릴 때 진짜 예뻤는데...”

식사 중 맞은편에 앉은 아들에게 아내가 말했다.

“과거의 나와도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

젓가락질을 하면서 아들은 시크하게 대답했다.

옆에서 밥을 먹던 아내와 아들의 대화를 듣다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계시는 예상치 못한 시간, 장소, 사람을 통해 찾아온다더니.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비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과거의 나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냈던  시절과 비교하며 그리워하고, 지금은  그때처럼 즐겁지 않은지 아쉬워한다. “옛날보다 텐션이 많이 떨어지신  같아요 말을 들으면 과거 활력 넘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예전의 내가 기준점이 되어 지금의  바라보니 줄어들고 약해진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 내가 그리워하던 과거가 현재였던 시절,  얼마나 만족하며 살았을까. 지난 길을 뒤돌아본  감탄하지만, 막상  흘리며  길을 걸을 때는 제대로 풍경을 즐기지 못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오늘흡족한 은혜를 노래하며, 지금 여기에 찾아든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최근에 읽은 성경 구절이 과거나 미래가 아닌 묵직한 현재를 살아가라는 충고처럼 들렸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와 경쟁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다. 과거의 나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로 인해 완성될 테니. 좋은 어제가 될 오늘을 잘 살아보련다.


작가의 이전글 모든 음악, 모든 기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