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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Feb 05. 2024

엄마들은 왜 그래?

생뚱맞은 안부전화에 마음이 짠해진 이유

'부들들들~부들들들'

진동모드인 휴대전화가 울리며 '장여사님'한테 전화가 왔다.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돌보며 병실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이 딱 '오지랖 넓은 여사님' 같았다. '장여사님'은 내가 엄마를 부르는 애칭이다.


큰딸인 나는 나머지 3남매와 달리 장여사님의 얼굴 생김과 애교 없는 성격을 똑 닮았다. 매일 전화하는 둘째, 옆에 사는 셋째, 같이 살고 있는 막내와 다르게 나는 전화하면 잔소리만 늘어놓는 편이라 우리는 서로 용건이 있을 때 찾는 편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넌 어째 엄마한테 전화 한 통을 안 하냐'라고 성화다. 갑자기 황당하여서 대꾸도 못하다 툭 튀어나온 말이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언제는 뭐 우리가 자주 전화하는 사이였나?'였다.

'이놈의 기집애가 엄마 연극 좋아하는 거 알면서 생전 집에 놀러 오란 소리도 안 하고'


'참네, 언제는 내가 오라고 해서 왔어?딸 집인데 엄마가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 전화해도 잘 받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왜 이래?'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이 걱정할까 봐 회사 사정은 말하지 않는 편인데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으시나 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정주부였던 엄마는 아버지가 하시던 조그만 회사를 꾸려가는 중이다.


코딱지만 한 구멍가게 같은 회사인데 사건사고가  어찌나 많은지. 호기롭게 사장이 됐지만 억센 지점장, 말 안 통하는 직원들, 자금유통 때문에 수면제를 먹어도 잠 못 이루는 날들이 허다하단다.

그런데 이놈의 무심한 큰 딸년이 엄마 속도 모르고 전화도 안 하니 내심 서운하셨던 모양이다. 그렇게 남들한테 동기부여 시킨다고 책 읽고 코칭 배우더니 정작 제일 소중한 엄마 가슴은 썩어 문드러지는 것도 몰랐다.


예전 같았음 그래도 수면제는 먹지 말라며 잔소리를 늘어놨겠지만 추임새만 넣어가며 엄마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랬겠네... 힘들었겠다... 오~우리 장여사님 그래도 긍정적인데?'


한참 속풀이 후 진정이 되셨는지 '장어 주문해 놨어. 고기도 안 먹으니, 설에 오면 구워줄게, 그래서 전화했어'


다짜고짜 못된 딸 만들더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진짜 못된 년을 만들었다. 보고 싶단 말을 저렇게 돌려하네. 내가 누굴 닮아 무뚝뚝하겠어. 전화를 끊고도 서운해하던 엄마 목소리가 내내 맘에 걸린다. 저럴 사람이 아닌데... 엄마도 나이를 드시긴 드셨나 보다.

무뚝뚝한 엄마랑 닮은 나도 결국은 말하지 못했다. 퇴근길에 꼭 전화해 말해야지. '엄마, 미안해. 앞으로 자주 전화할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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