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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Nov 26. 2020

닮고 싶은 상사, 간호사

퇴직하는 뒷모습도 아름다운 나의 직장상사

저는 선입견이 많았던 사람입니다. 새로운 동료가 인사를 안 받으면 '안 봐도 쌀쌀맞을 거야', 성격이 느긋하면  '게으른 거 아니야?'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리곤 했으니까요.



이런 제가 일하고 있는 미군부대 병원은 다양한 인종이 섞여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해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오해가 쌓이기도 쉬운 곳이기도 합니다.


내년 1월이면 어느새 이곳에서 꽉 채운 5년 차 간호사가 됩니다. 다행인 건 5년을 채우기 전 , 흑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준 멋진 슈퍼바이저만났다는 사실이고요.




제가 알고 있는 유명한 흑인 배우, 가수에는 댄젤 워싱턴, 맨 인 블랙 윌 스미스, 시스터 액트의 우피 골드버그, 비욘세, 드림걸스에서 활약한 제니퍼 허드슨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본 그들의 모습은 우리처럼 좁은 땅덩이에서 쟁에 치여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대체로 흥이 많고 인생을 느긋하게 즐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일을 할  꼼꼼하다기 보단 세세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쿨하게, 어찌 보면 '대충'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는 강한 편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런 동료들도 있었지만, 29년간 성실히 군 복무를 마치고 며칠 전 퇴직한 저의 슈퍼바이저는 흑인 간호 장교입니다.


게으르고 대충 일해버릴 거라는 잘못된 인식을 무참히 깨버린 그녀는, 퇴직 당일까지 모든 직원의 근무 평가서를 성실히 작성하는 책임감  한국을 떠나는 동료들을 위해 정성스레 파티를 준비하는 따뜻함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사병으로 입대해 간호교육을 마치고 경쟁이 치열한 미군에서 장교로 퇴임한 분이니, 성실함 굳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퇴직처리를 위해 이수해야 하는 교육도 한 가득이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만으로도 부족한 시간에, 동료들을 위해 한 알 한 알 구슬을 꿴 마스크 스트랩까지 선물한 정이 넘치는 분이기도 하고요.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된다.

막상 이직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거나, 심지어 일선에서 퇴직하는 경우 앞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 끝나는 마당에 대충대충 하자'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사람의 본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뒷모습까지 아름다웠던 그녀의 행적들을 기억하며, 감히 닮고 싶은 상사 리스트에 적어봅니다.

고마웠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P.S. 미군의 경우 정년퇴직을 하면 일을 하지 않아도 연금만으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퇴직 후 여유를 즐기며 노년을 보내는 군인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녀는 퇴직 후에도 case manager로 일하기 위해 '퇴직 전부터 커리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Respect! Boss 정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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