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염려증이 좀 있는 편이라 대장 내시경, 위 내시경을 2년마다 받고 있습니다. 대장 내시경은 가족력이 있지않으면 보통 40~50세 이후 대장암 선별검사를 위해 진행하는데, 저는 이미 5번이나 받았거든요.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니 최소 식사 2시간 후 누우시고 술, 담배, 카페인 조심하세요.
늘 듣는 말인 줄 알면서도 들어야 마음이 놓이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 며칠 새벽에 심한 속 쓰림이 있어 잠을 설쳤습니다. 아무리 먹고 바로 누워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급기야 자다 식은땀이 줄줄, 혼자 사는데 아프기까지 하니 서러움이 급물살을 타고 왔습니다.
잠을 못 자 출근하면 환자들이 미워 보일게 뻔하니 새벽 4시경 병가를 내고 누워 생각했습니다. '나 정말 독거사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거짓말처럼 새벽 6시가 되자 통증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냥 출근할까?' 생각했지만 잔뜩 쌓여있는 병가인데, 이런 날은 날 위해 좀 쉬자하고 다시 누워버렸고요.
아무래도 스트레스성 급성 위염 같았지만 동네 내과를 찾았습니다. 가는 길 서러워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내시경을 꼭 받으라며 신신당부를 하더라고요. 지인이 속이 쓰려 병원에서 약만 지어먹었는데 결국 위에 천공이 생겨 전체 절제술을 했다면서 말이죠.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이 나이에 위를 절제한다니요. 한걸음에 병원에 달려가 진료를 봤더니역시 위산분비를 막는 약을 처방하시고 경과를 보자 하셨습니다. 에라 모르겠다.말이라도 해보자.
저 오늘 한 끼도 안 먹었는데 내시경 할 수 있을까요?
동네병원이라 그런지 바로 동의서를 쓰고 수면 내시경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수면 마취제가 잘 듣기도 하고 깨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개운할 수가 없기에 잠이나 푹 자자하고 누웠습니다.
약이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어 깨보니 어느덧 1시간이 넘었고 저는 그새 꿀잠을 잤습니다. 결과는 다행히 그리고 역시 별문제 없이 역류성 식도염이 약간 있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왜 그리 식은땀 나게 아팠던 걸까요?
스. 트. 레. 스
최근 신경 쓰고 스트레스받을 일이 있었는데 제가 느끼는 것 그 이상 몸에서 반응이 일어난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위산이 과다 분비돼 급성 스트레스성 위염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을 잘 조절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예민하고 날카롭고 그냥 못 넘어가는, 그래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이러다 이 주인이 큰일 낼까 봐 몸이 말했나 봅니다.
이제 좀 내려놓고 쉬어가라고. 꼭 매일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고. 그냥 흐르는 데로 지나가게 내버려 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