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려...
D-42 직업 상담사 2급 실기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이 자격증이 있으면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던 이유는 진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SNS에 진로를 변경했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직장인과 대학생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다. 대답을 하다 보니 '내가 그럴 자격이 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 게 면허증이니, 직업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고 진로를 이야기하자.'
2023년, 당해 5월 필기시험을 타깃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느 자격증 시험과 마찬가지로 원리위주의 이론은 어렵고 지루했다. 시험 접수를 하고 하루에도 열두 번 '보지 말까?' 생각했다. 솔직히 시험 보기 4일 전까지, 책 한 장 펼쳐보지 않았다.
하지만 접수비를 날릴 바에 100% 객관식인 필기는 찍어도 손해는 아니었다. 욕심을 버리고 남은 4일 동안 최근 5년 치 기출문제 답만 외워 시험을 치렀다. 결과, 운이 좋아 합격했지만 올 주관식인 실기시험은 준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2023년 6월, 직업상담사 자격증은 필기 합격으로 마무리 됐다.
2024년 1월, 한 지인이 코칭을 배워보라고 추천했다. 강점진단을 하면 늘 배움이 1번으로 나올 만큼 배움의 과정을 즐기는터라 망설임 없이 강의를 들었다. 다른 강의를 찾아 들을 만큼 코칭에 빠져 코칭 자격증을 준비하며 내가 원하는 일이 선명해졌다. 진로에 대한 나의 관심을 코칭의 매력으로 극대화시킨 '진로코치가 되는 것.'
진로코치로서의 경력이 전무하고 현재 직무와도 연관성이 없지만... 마치 미래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1년 반전, 직업상담사 필기에 합격한 것이 아닌가? 실기를 볼 수 있는 유효기간은 최대 2025년 8월, 올해 있을 4월 20일 시험이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정확히 한 달 반 남았지만, 실기 공부는 여전히 흥미로운 구석이라곤 0.1%도 찾아볼 수 없다.
주관식은 객관식처럼 요령을 피워 합격할 수 없다.
문제만 봐도 답을 줄줄 쓸 수 있도록 달달 외워야 한다. 중고나라에서 책도 샀고 무료 강의도 신청했으니 공부를 시작하면 되는데 마음이 좀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움직이기는커녕 실기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내기에 바쁘다. '이거 있다고 훌륭한 진로코치야?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과 자격증은 무슨 관계야?'
깔끔하게 포기하지도, 그렇다고 공부에 집중하지도 못한 채 애꿎은 소설책만 읽어댔다.'왜 굳이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지 제 속마음을 알고 싶어요.'라는 주제로 코칭도 받았다. 물론 자격증이 필요 없는 이유를 대라면 열개라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변명을 막론하고 시험을 봐야 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당장 편하자고 안 보면, 후회할 게 분명하니까.
그때, 딱 한 달만 공부해 볼걸'
과거에도 똑같은 후회를 한 적이 있다. 피부미용사 자격증 필기에 합격했지만, 실기시험을 보지 않았다. 현재 피부 미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시험을 포기한 것은 두고두고 후회 중이다. 그때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진로 강의를 할 때 에피소드를 활용해 훨씬 풍성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머리로 분명히 알고 있지만 공부는 여전히 재미없고 하기도 싫다. 3월부터 집중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는데 "공부하기 싫다"라는 글을 쓰고 있다니... 한 달 후 4월 19일, 나는 시험을 보고 왔을까 아니면 과거의 후회를 반복하고 있을까?
제발, 후회할 짓을 반복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