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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억을 거절하고 선택한 것

by 희원다움

우리는 종종 성공한 사람들의 마지막 장면만 기억한다. 트로피를 들어 올린 순간, 세계 기록을 세우는 장면, 그들을 인터뷰하며 수십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하지만 승리의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긴 정체기가 있기 마련이다.


우연히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인터뷰를 보았다. 게임을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그가 늘 승승장구만 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페이커는 2016년 이후 우승을 하기까지 7년의 정체기가 있었다고 했다. 긴 정체기 동안 그는 끊임없이 “무엇이 문제인가?”를 탐구했고, 자신의 목표에 대해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가 처음 프로 게이머가 됐을 때는 여느 게이머들처럼 상금을 타는 것이 목표였다. 돈이라는 목표는 빠른 성취를 안겨주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는 결국, 사람을 끝까지 움직이는 힘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목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목표임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게임을 합니다.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24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연봉을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돈이 아니라 자신이 정의하는 성공, 삶의 의미, 가치와 비전이 명확한 사람인 것이다.


그의 인터뷰를 보며 얼마 전 읽은 책 '무엇을 사랑하고 어떻게 행복한 것인가'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일은 타인을 돕는 일이다. 친절을 베푸는 과정에서 우리는 오히려 축복받은 환경에 살고 있음을 깨닫고, 감사가 깊어진다. 결국 타인을 돕는 일은 나를 위한 일이 된다.'라고 저자는 말했다.


나 역시 오랫동안 나의 성장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이루는 것에 몰두해 왔다. 그 덕분에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긍정적인 결과도 노력하는 과정도 공허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나는 언제까지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야 하지?”라는 답답함이 찾아왔다.


성취 자체가 목적이 되면, 쳇바퀴처럼 돌고 돌다 결국 지치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마지막까지 잘 살아내려면 방향을 바꿔야 했다. 나의 성장을 위해 무언가를 ‘이루는 것’보다 내가 겪고 배운 것을 ‘나누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도와줄 것임을. 대단한 경험은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크고 거창한 일은 아니다. 그저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덜 힘들어지고, 짧은 대화 속에서 마음이 가벼워진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완벽한 확신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실행하고, 부딪히고, 배우고, 나누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단단하고 행복해질 테니 말이다.


당신의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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