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중독되었던 나
나는 늘 뭔가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배우지 않으면 불안했고, 그 불안이 다시 나를 배우게 만들었다. 강점 진단에서도 배움은 언제나 1번이었다. 영어학원을 다닐 때도, 자격증 공부를 할 때도,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때도 그 순간만큼은 충만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삶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배움의 목적이 뭐지? 단순히 즐거워서? 아니면 삶을 바꾸고 싶어서?’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선뜻 답할 수는 없었다. 무언가 도전하고 싶다가도, 늘 내면의 목소리가 발목을 잡았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 주제에 뭘.’ 그러면 금세 기운이 빠졌다. 실행으로 옮기려던 용기는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공부거리로 도망쳤다. 배움은 나를 채워주면서 동시에 나를 가두는 안전지대였다.
그러던 내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9년이었다. 배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또 다른 공부로 덮어두지 않고, 처음으로 세상에 꺼내보기로 했다. 나의 경험과 생각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고, 글로 정리해 블로그에 남겼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지 않을까, 형편없다고 조롱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일단 내놓고 보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발행 버튼을 누르기까지는 결국 1년이나 걸렸다.
그런데 막상 올리고 나니, 두려움만큼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 영상의 구독자는 나 혼자였고, 블로그 글을 읽어주는 이웃도 없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기에 오히려 안도했다. 누군가의 평가보다 내가 배운 것과 깨달은 것을 기록해 두는 일이, 마치 창고에 보물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의 배움은 달라졌다. 지식은 더 이상 내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글과 영상으로 세상에 흘러나갔고, 그 과정에서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스스로 더 깊이 체화되었다. 기록이 쌓일수록 자신감도 함께 자라났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나 역시 처음으로 글과 영상을 세상에 내놓았던 그 순간, 내 안의 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은 작은 시도였지만, 그 작은 균열이 나를 바깥세상으로 이끌어냈다.
지금 돌아보면 민망하기 짝이 없는 글과 영상이었지만, 그 작은 실행이 내 삶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배움은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나눌 때 비로소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