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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이 쏘아올린 공, 따라 시작한 '5분' 루틴

하루 "5분"

by 희원다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대사다. 하지만 단언컨대 사랑은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도, 관계도, 마음의 온도도 달라진다. 그런데 세상에는 때려죽인다 해도 변하기 어려운 게 있다. 바로 사람의 '습관'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구부정하게 서고 앉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습관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다 보면 어깨는 말리고, 목은 앞으로 빠진다. 그 결과, 어느 날부턴가 두통이 찾아왔다.

뒤통수부터 관자놀이까지 욱신거리는 편두통이 시작되면 눈을 뜨고 있기조차 힘들다. 진통제를 먹어도 낫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이제 정말 자세를 고쳐야겠다.”다짐한다. 하지만 두통이 사라지면 언제 그런 결심을 했냐는 듯 다시 거북목으로 돌아가 있었다.


사실 이런 자세는 어릴 적부터 몸에 새겨진 습관이다. 음악 시간에 레코더를 불던 나를 보며 친구가 말했다.“너는 안 그래도 거북목인데 레코더 불 때는 더 튀어나온다. 목 좀 집어넣어." 그 말을 듣고 어린 마음에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에도 나는 그냥 그렇게 살았다.

이제는 그때의 습관이 몸 깊숙이 새겨져 있다. 틀어진 척추가 목까지 이어지고, 주기적으로 두통이 찾아온다. 왜 이렇게 고질적인 습관이 바뀌지 않을까? 이유는 단 하나다. 아직까지 나는, 살만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우리는 운동을 안 해도, 아직은 살만하다. 밤을 새고 잠을 못 자도, 아직은 살만하다. 조금 불편해도, 아직은 버틸 만하다. 그래서 우리의 습관은 바뀌지 않는다. 책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살 만하다, " 는 게 늘 문제다. 웬만큼 살만하면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고 게으른지를 정직하게 볼 기회를 놓쳐버린다. 그래서 아파야 한다. 아파야 비로소 ‘보게’ 된다.”


꼭 아파봐야만 변할 수 있을까? 정말 고통을 겪어야만 정신이 드는 걸까? 아이브의 장원영은 한 인터뷰에서 “저는 자는 시간 외에는 눕지 않아요”라고 했다. 팬들은 그녀를 ‘바른 자세의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일부러 자세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냥 그게 편하다고 했다. 물론 타고난 체형과 어릴 적 습관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지금의 장원영을 만든 건, 불편함이 익숙해질 만큼 반복된 습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인터뷰를 계기로, 나도 자세를 고치기 위한 5분 루틴을 만들었다. 매일 알람이 울리면 벽에 등을 붙이고 5분간 서 있기. 몇 십 년간 구부정하게 굳어버린 등을 완벽히 벽에 붙이고 서 있으면 등판 전체가 뻐근하고, 팔과 다리가 저리기 시작한다. 그 5분은 참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습관을 바꾸는 시작이다.


습관은 의식적인 불편함에서 바뀐다. 하루 5분이라도, 익숙한 루틴에서 벗어나 보자. ‘낯선 선택’이 몸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결국 삶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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