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에서 열리는 12월의 작은 의식

'이런 거 굳이 해야 되나?'싶었는데...

by 희원다움

미군부대의 연말 분위기는 한국의 직장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송년 모임이 이어지고 직장에서도 각종 회식이 많은 시기지만, 이곳 직원들은 퇴근 후 시간을 거의 온전히 가족에게 쓴다. 그래서 이곳의 연말 모임은 퇴근 후가 아니라 업무 시간에서 이루어진다.


올해도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 중 일부를 비워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사실 나는 그동안 이 행사에 참석해 본 적이 없었다. “직장에서 이런 시간을 꼭 가져야 할까?”, “유치하게 게임은...”

하지만 올해는 준비를 맡게 되면서 피할 수 없이 파티에 참석하게 됐다. 행사의 중심은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라는 선물 교환 게임이었다. 북미에서는 연말이면 빠지지 않는 전통 게임으로 룰은 단순하지만 실제 장면은 꽤 박진감 있다.


각자 선물을 준비해 오고 번호표 순서대로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른다. 1번이 포장을 뜯어 공개하면 2번부터는 새 선물을 고르거나, 이미 공개된 선물을 뺏을 수 있다. 한 선물은 두 번까지만 뺏길 수 있다는 룰이 긴장감을 더했다.


서바이벌 같은 선물 쟁탈전을 처음 목격한 나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군인들과 동료들 사이에서는 와인이나 위스키가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가 한 껏 달아올랐다. 누군가 술을 고르는 순간,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술을 사수하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눈빛과 리액션은 스포츠 경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반대로 라면박스나 양말 같이 인기 없는 선물을 고른 사람들은 오히려 “이거 진짜 좋아! 제발 가져가!”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선물을 빼앗기면 새 선물을 고를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들의 과한 친절은 또 다른 웃음을 만들었다.


한참을 웃다가, 웃느라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게임에 빠져 있는 나를 보며 문득 깨달았다. 그동안 유치하고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이 시간이 의외로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는 점이다.


나는 동료들과 가까워지려 하기보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것이 일을 하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함께 밥을 먹고, 가벼운 게임을 즐기며 친밀감이 쌓일 때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왜 부드러워지는지, 협력이 왜 더 수월해지는지 그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국적과 문화가 달라도 사람 사는 이치는 참 비슷하다. 내년에는 나도 와인 한 병을 준비해 가서, 그 흥미진진한 쟁탈전에 기꺼이 뛰어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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