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9년 차 간호사의 조금 특별한 크리스마스

갑자기 5일을 쉰다고...

by 희원다움

올해 크리스마스는 예기치 못한 선물처럼 찾아왔다.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한국과 미국의 공휴일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을 마주하곤 하는데, 이번엔 미국 측의 배려가 유독 넉넉했다.


성탄절 전후인 24일과 26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며 주말을 포함해 무려 5일간의 긴 연휴가 주어졌다. 미국은 정말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타국에서 복무하는 이들에게, 이 5일은 고향의 온기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다. 환자들도 약속이나 한 듯 가족 곁으로 떠났는지 늘 빽빽하던 스케줄은 듬성듬성 비어 있다.

출근해 보니 책상 위에는 선물이 놓여 있었다. 직접 구워 정성스레 포장한 쿠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메모지와 컵, 그리고 핸드크림까지. 함께 기념하고 싶은 동료들의 마음이 담긴 선물들이다. 점심엔 한 의사가 피자 10판을 돌린 덕에 맛있는 냄새가 복도 가득 퍼졌다.


“Merry Christmas!”


예전의 나는 이 여유가 참 어색했다. 성격 탓인지 늘 바쁘게 움직여야만 일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텅 빈 스케줄표를 보며 ‘내가 지금 이래도 되나’싶은 조바심이 앞섰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9년을 보내며 조금씩 변했다.

이제는 이런 여유가 게으름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렇게 여유를 기꺼이 즐기는 법을 이제야 조금씩 배워간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곁에 있는 사람과 온기를 나누며 잠시 멈춰 서는 법을 아는 것이다.


이번엔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으니, 내년 새해에는 동료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미리 챙겨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