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터’가 좋은 미군부대 병원에서 자주 열리는 파티

by 희원다움

미군부대 안에는 독특하면서도 따뜻한 문화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베이비샤워’다. 한국에서는 보통 가족이나 친한 친구끼리 조용하게 하는 개인적인 행사지만, 이곳에서는 동료들이 함께 준비하고 축하해 주는 공동체적 의식에 가깝다.


9년 동안 근무하면서 여러 번 경험해 왔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특별하다. 그야말로 ‘베이비 붐’이다. “우리 클리닉, 혹시 명당 아니야?”라는 농담이 단순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아이를 기다린 간절한 마음들이 신기하리 만큼 응답을 받는다. 난임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며 시험관 시술을 하던 동료는 마침내 건강한 아기를 품에 안았고, 임신 초기 아기 상태가 불안정해 모두가 걱정하던 동료의 아이도 어느새 뱃속에서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늦게 결혼해 아이 소식이 늦어지던 선생님도 곧 부모가 된다.

가장 놀라운 사건은, 이미 아이가 여럿이라 자녀 계획을 마무리하며 수술까지 했던 동료에게 예상치 못한 아이가 생겨버린 일이다. 의학적 확률을 비껴온 생명의 등장에 모두가 손뼉을 치며 축하해 줬다. 이쯤 되면 ‘터가 좋다’는 말에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는 클리닉의 공식적인 ‘파티 담당’이다.

환영회, 송별회,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파티까지 여러 행사를 준비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열리는 것이 베이비샤워다. 이번 달에 이미 한 번 치렀고, 내년 2월·3월·4월까지 줄줄이 파티 일정이 잡혀 있다.


솔직히 처음엔 '일터에서 이렇게까지 파티를 해야 하나? 너무 호들갑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성별에 맞는 장식 주문, 기저귀 케이크, 선물 준비, 파티 공지까지 신경 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 준비하다 보니 이 행사의 의미가 보다 명확하게 보였다.

여기는 보안 때문에 가족이 부대 안에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배우자가 일하는 사무실까지 방문하는 일은 더더욱 드물다. 그래서 베이비샤워는 동료의 배우자가 부대 안으로 들어와 우리가 일하는 공간을 직접 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된다.


두 사람이 함께 들어와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곧 태어날 아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이 시간이 단순한 파티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샤워의 가장 인기 있는 순간은 단연 ‘선물 공개’다. 주인공이 선물을 하나씩 열어 보여줄 때마다 인형이 입어야 할 것 같은 작은 옷, 신발, 장난감처럼 귀여운 물건들이 등장한다.


“Oh, so cute!”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지는 순간, 동료들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진다. 바쁜 일상 중에도 잠깐은 긴장을 내려놓고 웃게 되는 시간이다.


이번 달 파티도 무사히 끝났다. 작은 행사지만,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우리가 함께 일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요즘 자주 느낀다.


다음은?

크리스마스 파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