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여러분의 자유를 빼앗기지 마세요. 시장에 자유를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자유는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삶이 자유를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책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중
나의 고민인가, 알고리즘의 제안인가
최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정답이 없는 문제인 걸 알지만 답답함이 밀려올 때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켜곤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SNS를 넘기는데, 문득 광고창이나 추천 영상에 뜬 콘텐츠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AI 시대에 사라지지 않을 직업',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등등.
생각해 보면 그런 키워드를 직접 검색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내가 평소 어떤 글에 오래 머물렀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팔로우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내 고민을 읽어내듯 쏟아지는 정보들을 보며 의문이 생겼다.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을 고민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알고리즘이 정렬해 둔 선택지 중에서 가장 그럴싸해 보이는 답안지를 고르고 있는 걸까?
질문할 권리를 양도한 사람들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을 집어 들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책 속에는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이자 시대의 양심이라 불리는 노엄 촘스키 교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는 평생 권력과 시장이 어떻게 인간의 생각을 조종하는지 파헤쳐온 지식인이다. 그런 그에게 수많은 젊은이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달라”라고 이메일을 보낸다고 했다. 촘스키는 질문에 답하는 대신, 오히려 타인에게 정답을 묻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 생각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지?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데이터가 세워둔 기준에 나를 맞추려 애쓰고 있었나 싶어 답답해졌다.
자유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
많은 사람이 정답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 믿는다. 그 누군가의 정답을 듣는 순간 마음은 편해질지 몰라도, 동시에 자기 인생의 주도권도 함께 넘겨주게 되는 것이다. 남이 정해준 길을 걷다 넘어지면, 결국 남 탓을 하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기술,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시대. 이럴 때일수록 남이 정해준 정답을 검색하는 대신, 틀리더라도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나의 선택’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나'를 인정하기
솔직히 말하면 나도 여전히 흔들린다. 남과 비교하고, 유행에 반응하고, 알고리즘이 짜놓은 그물 안에서 산다. 사실 이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히카는 말한다. 진정한 승리란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씌워준 눈가리개를 한 번에 벗어던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것이 내 눈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으려 한다.
나는 원래 아침에 일어나 홈트를 할 때면 습관적으로 유튜브에서 무언가를 들었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지식이나 타인의 성공담을 채워 넣어야 시간을 알차게 쓰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외부의 목소리를 끄고 오직 내 숨소리와 근육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그 시간만큼은, 알고리즘의 간섭 없이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의 추천 목록에는 없지만, 오직 나만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 '나는 세상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가, 그것을 위해 오늘 하루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짧지만 매일 반복하는 그 루틴이 내 삶을 진짜 나의 것으로 만들어줄 시작점이 될 거라 믿는다.